[김자현 장편소설]태양의 밀서<205>
[김자현 장편소설]태양의 밀서<205>
  • 현대일보
  • 승인 201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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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자유는 구속으로부터 - 19. 부활의 날개
얼굴에 웃음을 띄고 있던 신성조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네 왜 얼굴이 굳어지나?”
“부장님, 탈북이 아니라면 그럼 중국에서 불법 출국이라고 잡아들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제 삼국을 거쳐온 탈북이라고 주장을 해야지. 만에 하나 중국으로 간다면 북으로 송환되는 일보다는 다음 일이 쉬울테니까!”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어휴~ 저는 잠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8월로 들어서서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휴가철이 종지부를 찍고 있는 한반도에 이제 추석을 앞두고 8.15광복절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면서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은 과연 어디를 얼마나 비출것인가? 20세기말 세계 안보 환경이 냉전 종식과 함께 큰 변화를 가져 온 지구촌에, 마지막 남은 남과 북의 대치관계를 얼마나 진전시킬 것인가. 이제 글로벌한 지구촌은 국경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남의 나라 인권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대다. 자유를 찾아 제 삼국으로의 죽음을 담보하는 행렬들이 줄지어 압록강과 두만강에 시체로 떠오르는 암흑의 나라! 오늘도 굶고 어제도 굶고 내일도 굶어야 하는 누더기 같은 절망의 시간들을 베고 누운 북의 사람들! 기운이 없어 버스를 누워서 기다려야 하는 인민들을 아직도 착취하며 독재의 쇠뭉치를 휘두르는 무지스러운 북풍! 균등과 분배가 삭제된 불합리한 정치구조 하의 동족을 과연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아니 불합리한 구조나 이념이라기보다는 남이든 북이든 어디든 권력자의 부패가 국가 패망의 원인이다.  
또한 한반도 주변을 돌아다보면 20세기에 들어서서 동북공정을 착착 진행하며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치밀한 행보를 떼어놓고 있는 중국과, 여전히 교과서 왜곡과 날조된 지도를 들고 전 세계민을 향해 끊임없는 홍보를 계속하고 있는 파렴치한 일본, 먹거리를 비롯한 정방위적 경제식민지로 조여오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아가리 앞에서 과연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진수는 잠이 들었다. 누군가 옆구리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놀라서 얼굴을 돌리자 너무 캄캄해서 이목구비가 전혀 보이지 않는 머리가 얼굴을 코 앞에 푹-하고 들이밀었다. 소름이 오싹 끼쳤다. 놀라서 얼굴을 뒤로 빼고 있는 진수의 눈앞에 망치, 멍석말이 당한 김막돌의 얼굴이 점점 환해지더니 생시와 똑 같이 헤헤 웃고 있었다. 개기름 흐르는 번들거리는 얼굴이 뻔뻔하고 더러워 잡으려고 팔을 뻗으면 도망치고 잘힐만 하다가 도망치고 잡힐만 하면 벌써 몇 걸음 앞에 가 있었다. 아무리 발을 빨리 떼어놓으려 해도 되지 않았다. 팔을 훼훼 젓다가 놀라서 깼다.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도 꿈같지가 않았다. 놈의 영혼이 억울해서 아직도 내 옆을 배회하는 모양인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침잠해 있던 죄의식이 다시 머리를 들고 올라왔다. 
6시가 가까운 모양이다. 얇은 칸막이 저쪽으로 당직자의 코고는 소리, 수감된 자들의 이빨 가는 소리들, 큰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대질심문하는 자리에서 3주전 쯤 수옥이를 만났다. 많이 수척한 그녀의 영상이 떠오르자 전진수는 몸을 꿈틀하며 돌아누웠다. 안쓰러움이 통증이 되어 가슴으로 싸르르한 증상이 건너갔다. 다음으로 또 달래가 떠올랐다. 꼭 한 번 실항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친 아들처럼 걱정스러운 얼굴의 승재에게 달래소식은 들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건강검진도 받고 의사의 지시에 의해 살도 많이 올랐다니 이제 수옥과 함께 여기만 나가면 된다. 그러나 이완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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