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현 장편소설] 태양의 밀서 <195>
[김자현 장편소설] 태양의 밀서 <195>
  • 현대일보
  • 승인 2010.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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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자유는 구속으로부터 - 17. 빛을 향하여
“불통가지를 한 대 지를까부다. 재수없구로. 조개젖보다 더 짠내 나는 년들이 울기는…”
샤워기 사내가 계속 돌면서 냄새를 맡고 다녔다.
“도야지들이 이제 계집년들이 됐다. 칫솔질이 끝난 너하고 너!~ 이 아이들 빨리 들여보내.”
귀를 찢는 음악 사이로 합격 소리가 끼어들었다. 큰 타올을 펼쳐들고 있는 사내 두 명에게로 합격을 외치는 사내가 여자들의 등짝을 밀면 사내 둘이서 여자를 가슴으로 받았다. 몸의 물기를 재빠르게 닦았다. 먼저 끝난 두 명의 여자는 사내 하나를 따라 맨발로 종종걸음을 치며 걸어갔다. 들어오던 철문 입구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문이 나있었다. 문이 벌컥 열리자 더댓 평 되는 콘테이너 박스 중간에 도어가 또 하나 있었다. 나란히 붙어있던 두 대의 콘테이너 박스는 안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앞서서 들어간 사내가 문 앞에 멈춰섰다.
“회장님, 회장님, 주무십니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내가 도어를 두드렸다.
“회장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잠 드셨습니까?”
“오오~ 그래, 짜슥들 웬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려. 잠이 들었다 아이가. 문 열렸다.”
문이 열리자 사내가 비켜섰다. 럭셔리한 침실이었다. 가죽 소파 뒤쪽으로 멋진 침대가 놓여있고 웃통을 벗은 사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지 밖에서 나는 음악에 흡수되어 소리는 없고 포르노 영상만 헐떡이고 있었다.
“야야~ 먹을 것도 좀 준비했나? 아아들 오느라고 수고했을텐데… 배가 고플끼구마는...”
“예~ 예, 바로 대령할 낍니더.”
“너 들어와서 저 냉장고에서 이 아이들한테 마실 것 좀 줘라. 쥬스 같은 것 말이다.”
“옛!”
몸집이 좋은 사십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사내가 장방형의 누르띵띵한 얼굴을 비스듬히 들고 소파에서 눈을 치켜떴다. 바로 그 때 콘테이너 박스 입구가 열리고 한 명의 장정이 교잣상을 메고 들어왔다. 그 뒤로 푸른 기운을 잃어가는 새벽이 그림의 배경처럼 서 있었다. 
“회장님, 상을 어디다 놓을까에?”
“어~ 그 방에다 놔라. 그리고 배달 온 아이 갔나? 팁 좀 주지 그래!”
“예~ 알겠습니다.”
“알긴 뭘 알아~ 내 상의 갖고 온나!”
발가벗은 계집들은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리고 떨고 서 있었다. 똘만이가 맞은편에 있는 캐비넷으로 가 남자 상의를 들어다 회장이라는 사내에게 대령했다.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사내가 검정지갑을 열고 몇 장일지 모르는 지폐를 되는대로 빼어 굽신거리는 사내에게 내밀었다. 똘만이는 더욱 깊게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지폐를 받았다.
“갖다 주고 오겠습니다. 회장님!”
“오야, 퍼뜩 주고 대령해라. 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똘만이가 나가자 여자 두 명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더 바짝 붙어섰다.
“이리와 소파에 앉아 봐라. 너희들이 바짝 붙어서면 나한테 뭘 어떻게 할끼고, 떨기는…”
그 때 나이먹은 여자 하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우리들 옷을 좀 입으면 안되겠슴까?”
“어~ 옷~ 옷 좋지. 옷이 날개라 안 카나. 그런데 너거들이 내한테 옷을 맡겼다 그말이가?”
“더럽긴 해도 우리들이 들고 온 가방에는 한 번은 갈아입을 옷이 들어있슴다.”
“더럽긴 해도? 너거들은 그 비누질해 씻은 몸에 더러운 옷을 다시 입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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