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싼 것 끊어 달라”는 베스트 국민?
[투고]‘싼 것 끊어 달라”는 베스트 국민?
  • 남충완
  • 승인 201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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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삼산서 부흥지구대 순경

우리나라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국가에서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에 마냥 뿌듯해하기에는 왠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 오는 것은 어쩐 일일까? 경찰관으로서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면서 나날이 성장해 가는 나라의 겉모습과 국민 의식 수준간의 괴리에 허탈감을 느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도로교통법 위반 운전자들이 경찰관들에게 요구하는 격하처분, 소위 말해 ‘싼 것을 끊어 달라’는 풍조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자신이 법규를 위반하고도 경찰관에게 말만 잘하면 묵인되거나 싼 것을 끊어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풍조는 유달리 정을 중시하고 매사에 원칙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일처리 방식을 선호하는 국민성에다, 예전 선배경찰관들의 떳떳치 못한 업무 행태도 일조했기 때문에 형성됐으리라 본다.
하지만 지금이 금품을 매개로 법이 부당하게 집행되는 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법과 공권력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통단속에 불만이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의신청을 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단속 경찰관에게 행하는 부적절한 언행은 또 하나의 범칙행위로 간주하여 제재된다고 한다. 공권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훗날 나의 후배 경찰들에게 격하처분이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시대가 있었다며 웃으며 얘기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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