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에 대한 비전을 다시 수립하자
[기고]교육에 대한 비전을 다시 수립하자
  • 김성우
  • 승인 201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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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박사·상지대 겸임교수·兀人논술연구 소장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이 국민의 교육열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의 논리로 접근해서 교육정책은 너덜너덜한 짜깁기 옷감처럼 변질돼 버렸다. 교육정책은 정책으로서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상실한 채 바다 한가운데서 나침반이 없는 채로 표류하고 있는 배의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민의 교육열도 입시로만 향해 있어서 영어, 내신, 논술, 수능, 스펙이라는 단어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다. 내 아이가 입시에서 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일념 하에 명확한 비전과 철학이 없이 소문에 휩싸여 비싼 돈을 지불해가며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의 입시기계로 내 소중한 아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도 과중한 업무와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를 이야기할 뿐 교과부의 지시를 이행하기에 급급할 뿐이고, 교사들을 리드하며 교육정책집행의 핵심축이 돼야 할 교육기관들과 기관장들이 오랜 기간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저질러온 교육계 비리의 다발이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슬픈 현실을 접하게 된다.
이처럼 정치계와 교육계 그리고 학부모라는 교육의 삼대 주체가 우리 교육이 나가야 할 비전과 방향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대신에, 입시라는 덫에 걸려 백년의 대계인 교육을 임시처방식으로 땜질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가장 핵심적 요소들은 그 시대정신에 걸맞게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비전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이를 가르칠 교사다.
이러한 핵심적 요소들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우리의 교육이 지식기반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시대의 변화와 세계에서 우리의 경제적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요구되는 지식수준의 향상 요구에 걸맞게 변형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위대한 인류의 스승인 이유는 동·서양에서 각각 새로운 교육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하며 이를 가르칠만한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와 같은 신화를 통한 전통적인 교육도 비판하고, 이를 대체해 등장한 소피스트의 웅변술과 수사학 중심의 신교육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전통교육이나 신교육이나 모두 그 교육 목표가 대중 영합적인 상식과 통념을 가르치면서도 지혜를 추구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신화나 말의 기술은 정작 지혜처럼 실재와 진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제자인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교육철학을 이어받아 이상적인 국가를 세움에 있어 정치적 리더인 통치자 집단의 교육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정립한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해서 그 유명한 태양의 비유를 통해 모든 지성적 앎의 원천으로서의 선의 이데아를 논증하고 선분의 비유를 통해 앎의 4가지 단계(상상, 확신, 수학적 사고, 철학적 사고)를 구분하며 동굴의 비유를 통해 영혼의 전환이 바로 교육의 핵심임을 밝힌다.
이러한 비전과 앎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해서 교과를 확정짓고자 한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말하기를 “그러면 글라우콘, 생성되는 그림자의 세계에서 실제로 영혼을 끌어당기는 교과(학문)가 무엇이겠는가” 논리적인 사고의 시작점인 수학(기하학)에서 시작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철학(변증술적 논변)으로 끝나는 서구 대학의  교양교육의 지적 커리큘럼이 이와 같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교육철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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