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사가 그립습니다
참의사가 그립습니다
  • 현대일보
  • 승인 2024.03.25 15:32
  • icon 조회수 1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 석 진
시인

 

두 사람의 의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여야를 막론하고 집요하게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치권의 달콤한 영입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고, 의사라는 사명을 목숨처럼 지키면서 사리사욕(私利私慾)보다는 항상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아주대 의대 출신 이국종 교수를 말하며, 또 한 사람의 의사는 인제대 의과를 졸업하고 난 뒤 의사의 신분으로서 한국에서의 고소득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오지인 남수단 톤즈에서 구호, 의료, 교육에 헌신하다가 48세의 나이로 요절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입니다. 

이국종, 이태석 두 사람과 같은 참의사가 드문 요즘, 자신들의 집단 이익만을 저울질하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단행하는 작금의 의사들의 행태를 지켜 보면서 실망과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사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차갑습니다. 보건의료 노조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 국민의 89%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반대하고 있고, 각종 모든 여론 조사에서도 전체 국민들의 대부분인 10명 중 9명이 정부의 의사 증원 계획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의사들은 즉각 집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정부 관계자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현 상황에 관하여 심도 있게 고민을 해야할 때입니다. 불법적인 의료 파업을 즉시 중단하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절충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서 혜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아이들이 아파도 진료 받을 소아과 의사들이 없어서 부모들은 아픈 아이들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기존의 소아과 의사들도 돈벌이가 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혹은 치과등으로 전과(轉科)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시간을 다투는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 환자들은 진료할 의사들이 없어서 치료를 거절 당하고 환자들을 받아 줄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급기야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참담한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은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하여 비판 대신 대안은 제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를 우선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면하며 언제까지 자신들의 돈벌이에만 집중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사들이 의사 증원에 대하여 반대하는 이유도 솔직하지 않습니다. 의사들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경쟁 상대가 늘어남에 따른 소득 저하를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생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존경하는 의사 여러분, 이태석 신부나 이국종 교수 같은 참의사의 위상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소득이 많은 만큼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베풀고 또 겸허해질 수는 없는 것입니까? 

그동안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의약분업 사태 때도 그랬고, 간호법 제정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 문제에서도 자신들의 손해는 조금도 용납하지 않고 타협은 커녕 파업이라는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극단적인 방법만을 선택했었습니다.

'평생 / 나무는 내가 심으마 / 세상 끝내는 날 / 내가 누울 / 한 평 / 그늘은 내 몫이니 / 열매는 다 가져가라' 필자는 시(詩) '봉사'에서 참봉사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시처럼 의사들은 이제부터는 고소득에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오블리스 노블리제(noblesse oblige)'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면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향하여 '참의사의 참뜻'을 실행에 옮길 때입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사람과 사람이 온전히 결합하는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평등한 세상이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