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어떻게…지역마다 '핫플레이스' 만들기 고민
폐교를 어떻게…지역마다 '핫플레이스' 만들기 고민
  • 박신숙
  • 승인 2024.02.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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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폐교 활용 아이디어 찾기…江華지역 탐방 동행취재

초지분교-강화캠핑파크 대부…텐트 글램핑 등 호응
양당초교-20만여점 유물 자연사박물관 “시설은 열악”
교동초 지석분교-폐교 1년 관리 부재…빠른 추진 제안
난정평화교육원-체험교육 등 평화교육 선도 허브기관

인천시교육청이 폐교 활용 방안에 관한 아이디어 찾기에 나섰다. 교육청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폐교의 위치와 노후도 및 접근성, 규모에 적합한 활용 방안을 두고 폐교활용자문위원을 중심으로 ‘폐교활용방문단’을 꾸려 폐교 현장 방문을 진행했다.

지난 2일 정창훈 인하대 교수를 비롯해 오흥석 교육청 정무특보, 류영화 삼산고 운영위원장 등 민·관·학 분야의 자문위원 13명과 관계 공무원 등이 함께 강화군 지역 폐교 현장을 탐방했다.

지난 2일 인천시교육청 폐교활용방문단이 글램핑장으로 대부중인 강화 초지분교를 방문, 시설을 둘러 보고 있다.
강화캠핑파크로 사용되고 있는 초지분교 정문 모습. 지금은 운영사무실과 매점, 추억의 교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지분교

첫 방문지는 강화군 길상면 초지분교다. 이곳은 지난 2002년 폐교 후, 2013년 6월부터 강화캠핑파크에 대부 중이고 면적은 9,392㎡(2,800평) 규모다. 현재는 계약 만료에 따라 철거 유예 기간과 함께 자진 퇴거를 앞두고 있다. 

교육청을 출발해 초지대교를 넘어 10분쯤 지나 도착한 초지분교는 진입 도로가 비좁아 15인승 미니버스가 들어가기 어려울 듯했다. 다들 마을 입구부터 버스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잘 정돈된 캠핑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 오른쪽 기둥엔 녹슨 교패가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듯 허허로이 자리 잡고 있다. 왼쪽은 캠핑장 상호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출발 전 상상했던 폐교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운동장 곳곳엔 텐트 글램핑, 인디언 텐트, 패밀리 카라반 등이 즐비하게 지어져 있다. 텐트 안을 들여다보니 깨끗한 침구며 주방 등 꽤 관리가 잘 되어있다. 학교 본관 건물은 운영사무실과 매점, 화장실로 활용 중이며, 교실 한 칸엔 풍금, 교복, 책걸상 등이 보존되어 방문객의 시간여행을 소환해 준다.

그동안 다녀간 수많은 이용객의 방문 후기엔 “캠핑의 원픽인 바비큐 요리가 가능해 좋다, 주차하기 편하다, 깨끗하다, 친절하다, 쉼을 얻는 곳으로 좋다” 등의 칭찬 글이 쏟아졌다. 방문단 A 씨는“너무 깨끗하고 예쁘다. 어른들도 와보고 싶은데 아이들은 더 할 것 같다”라며 나중에 꼭 한번 와야겠다는 말들이 방문단들 사이에 여러 번 오갔다.

주인인 박양석 대표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이 방치된 폐교를 교육청에서도 이렇게 공간 활용을 잘하고 있구나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간다”라며 “지역 분들이 이곳으로 인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신다”라면서 작으나마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연사박물관으로 대부중인 양당초교의 전경. 

#양당초교

초지분교의 캠핑 상상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양당초교로 이동했다. 강화대교를 지나 10여 분 후, 대로 옆 목적지에 다다랐다. 앞서 다녀온 초지분교와 달리 접근성이 매우 좋다.  이곳은 현재 자연사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면적은 7,073㎡(2,139평), 지난 2000년 5월부터 대부가 시작됐고, 지금은 1년 단위 계약으로 오는 6월 30일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이곳 역시 자진 퇴거를 앞두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거대한 공룡들이 반겨 준다. 운동장엔 글램핑장이 대거 점령하고 있다. 언뜻 자연사박물관인지 글램핑장인지 헷갈린다. 방문객들이 다녀간 지 오래되었는지 텐트 표면에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았다. 한편에 마련된 수영장엔 낙엽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다. 미처 손길 닿지 않은 곳이 많다.

주인의 선대 때부터 전 세계 60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20만여 점의 표본 및 자료들과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수리부엉이, 하늘다람쥐의 박제품을 비롯해 천여 점의 자료들이 전시된 이곳은 국내 최초의 사설 자연사박물관이다. 3억 5천만 년 전의 나무 화석들과 돌 유물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다. 곳곳에 갖가지 유물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 관리 부재로 인해 제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곳 대표 B 씨는 “이곳이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이긴 하나 시설이 열악하다”라면서 그 이유로 “교육청과 1년 단위 계약”을 꼽았다. 그는 교육청과 현재 전시되지 못한 20만여 점의 유물을 활용해서 지금의 폐교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방문단의 C 교수는 “전시된 암모나이트 같은 경우는 구하기 어려운 자료다. 직접 전시실을 와보니 시설이 열악하긴 하지만 귀한 유물들이 많다. 이것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23년 폐교된 교동초 지석분교 전경.

#교동초 지석분교

교동초 지석분교는 1946년 교동초 지석분교 개설된 후, 1961년 3월에 지석초교로 개교했다. 이후 강화군 교동도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2018년 교동초 지석분교로 전환됐다.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2022년엔 4명만이 남게 되자 인근 학교로 전학한 후 2023년 폐교됐다. 

난정평화교육원과 6.9km 거리에 인접한 이곳은 16,366㎡(4,951평)  규모다. 양당초교의 2배가 넘는다. 교동북로와 접해 있는 탓에 2차선 도로에서 100여 m 이동하니 바로 정문 입구다. 입구에 들어서 확 트인 넓은 운동장을 마주하니 가슴이 뻥 뚫린 듯하다. 앞서 방문한 곳의 운동장들이 글램핑장으로 꽉 차 있는 것과 오버랩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폐교된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여기저기 관리 부재의 흔적이 보인다. 천정에 비가 샌 흔적, 뿌옇게 싸인 먼지, 접착력이 약해져 올라온 지면 바닥 등등. 방문단 D 씨는 “건물에 사람이 없으니 금세 폐교 느낌이 난다”라며 어떻게든 빠른 추진을 제안했다.

#난정평화교육원

마지막 방문지는 전국 공공기관 최초의 평화교육 전문기관인 난정평화교육원이다. 2019년 폐교 확정과 함께 당시의 학교 건물을 교육 동으로 리모델링 후 2022년 개원했다. 옆 건물의 생활 동은 객실과 각종 세미나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총사업비는 173억 원이 소요됐다(본보 1월 30일 자 관련 보도). 

교동은 북한과의 거리가 불과 2.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접경지역으로 북한의 모습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한국전쟁 당시 많은 실향민이 교동으로 피난을 와 현지 주민들과 공존하며 마을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평화와 공존을 얘기할 수 있는 장소가 된 이유이다.

현재는 ‘모두의 평화’를 담은 주제가 전시 중이며, 인천 특색을 반영한 평화 체험교육과 평화교육을 위한 역량 강화 지원 등을 통해 평화교육을 선도하는 평화교육 허브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문단 E 씨는 “학교 밖 청소년 중에 가해 학생의 경우 청소년 보호 기관에 갔다가 학교로 곧바로 복귀하면 학생, 교사 모두가 힘들어 한다. 그 아이들이 빨리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이런 교육기관에서 숙박과 함께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공간으로도 활용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폐교의 활용은 건설보다는 재생이 대세다. 지역마다 건강한 지역문화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폐교 공간은 여러 경로를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공간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폐교가 문화, 역사, 교육·연구, 힐링 및 체험 등의 공간으로 탈바꿈되면서 마을 또한 바뀐다. 마을이 변화되고 구성원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해 마을이 되살아난다. 때로는 그 이상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폐교의 실패 사례 또한 부지기수다. 실패는 운영 주체뿐 아니라 마을과 주민들에게도 상처를 남긴다. 지역학교가 두 번의 폐교 아픔을 겪는 셈이다. 그렇다면 폐교 활용의 유효한 정답은 뭘까. 

우선 그 활용 방향을 설정할 때 실적이나 구호에 그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 공공성을 담보로 모든 폐교가 한쪽으로만 편중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학생과 이용객, 주민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예산편성 또한 필요한 데 제대로 쓰이도록 촘촘히 살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폐교 활용은 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교육이나 작업,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 조성 등에 방점을 두어 그 활용도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폐교가 되기 전에 그 학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행정의 묘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초지분교 폐교이전의 모습. 오래된 풍금, 교복과 낡은 책걸상들이 어릴적 추억을 소환해주고 있다.

 /박신숙 기자 pss@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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