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됐던 폐교 활용 방안 “모범 사례”
방치됐던 폐교 활용 방안 “모범 사례”
  • 박신숙
  • 승인 2024.01.29 16:55
  • icon 조회수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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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江華 교동면 난정초교→ ‘난정평화교육원’ 탈바꿈

시교육청-주민들 지속적 논의 과정거쳐 접경지역 특수성 살려
북한이 보이는 교동도, 우리나라 ‘평화교육연구’ 거점 자리매김
초중고생 단체 숙박 무료…시민은 하루 10,000원 ‘부담없는 교육’
인천교육청난정평화교육원 전경.

시골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폐교에 대한 그 활용방안이 마뜩한 상황에서 교육 당국이나 지자체의 고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인천 지역의 폐교는 58곳 중 40곳이 매각됐다. 보유 폐교 18개 중 활용 중인 폐교는 12곳으로 대부 중인 4곳과 자체 활용 중인 8곳이 있다. 미활용 중인 곳은 최근 폐교된 교동 지석초교를 포함해 6곳이 있다.

최근 시 교육청은 이를 활용할 여러 가지 방안 찾기에 나섰다. 교육청에서는 폐교 매각보다는 자체 운영을 통한 활용방안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폐교된 강화 교동면의 난정초등학교를 인천시 교육청(도성훈 교육감)이 '난정평화교육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본지는 지난 22일 인천교육청난정평화교육원(이하 난정평화교육원)을 찾아 소통과 평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현장을 찾았다. 자칫 휑뎅그렁하게 방치될 뻔했던 폐교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평화지역(Peace Zone), 아이들과 주민의 좋은 공간으로 변화 중인 난정평화교육원을 조명해 봤다.

◇ 교동도 소개

교동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큰 섬인 강화도 서북쪽에 있다. 드넓은 한강하구를 사이에 두고 육안으로도 북한 주민의 동선이 감지되는 접경지역이다. 따라서 이곳에 가려면 반드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거쳐야 통과할 수 있다. 이때 신분증 제시 후 진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으로 한국전쟁 당시엔 황해도 연백과 개성 등에서 이곳으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둥지를 틀고 지역주민과 평화적으로 살아온 역사성이 깃든 마을이기도 하다. 

교동면은 강화군의 13개 읍·면 중 가장 큰 면적(47.16km2)을 차지하며, 17개 행정리가 있다. 1914년 교동군이 강화군에 편입될 때까지만 해도 행정적인 면에서 강화도보다 격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인구는 2024년 1월 현재 2,75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난정평화교육원 생활공존동.
인천시교육청난정평화교육원 원형다목적실.
인천시교육청난정평화교육원 평화교육동.

◇ 인천시교육청난정평화교육원 소개

난정평화교육원은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난정리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1935년 개교한 이래, 2019년 2월 4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가 확정되면서 리모델링을 거쳐 설립된 교육청 최초의 체험형 평화 교육기관이다. 

난정초교가 있는 교동은 북한과의 거리가 고작 2.5km에 불과하다. 다른 접경지역과는 달리 선으로 경계를 구분하지 않은 한강하구 중립 수역에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평화와 공존의 필요성을 알리고 교육하는 ‘세계를 품은 평화교육 허브 기관’으로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은 평화 주제의 교육 동과 공존을 테마로 하는 생활 동으로 이뤄졌다.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진 꽃 우물 카페.
교동마을의 역사가 한 눈에 보이는 난정관.

교육 동은 4개의 상설 전시관과 1개의 기획 전시관에 ‘모두의 평화’를 담은 주제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건물 한편에 마련된 ‘꽃 우물 카페’는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생활 동은 학생과 시민들이 숙박할 수 있는 객실과 각종 세미나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객실은 2인 1실 구조의 36실이 갖춰져 있다. 일일 최대 72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초·중·고 단체(15명 이상)는 무료이며, 시민과 외국인은 1인 1실 기준 1일 10,000원의 이용료가 책정돼 있다.

◇ 운영 방향은 

난정평화교육원은 평화와 공존을 실천하는 세계시민 양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운영한다. 평화 감수성 및 평화 역량을 길러 일상에서 평화를 실천하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시민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특색을 반영한 평화 체험교육과 평화교육을 위한 역량 강화 지원 등을 통해 평화교육을 선도하는 평화교육 허브 기관으로 평화교육 연구, 네트워크 구축, 평화교육 운영지원, 평화교육 아카이브, UN 연계 평화교육 등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난정평화교육원 전시관을 둘러보다

이곳엔 4개의 전시관뿐만 아니라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친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Larchiveum)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라키비움은 기획 전시 공간으로, 13개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선 마을을 지켜 온 오래된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바람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전시 1관은 들어서자마자 푸른 강과 바다가 양 벽에 설치된 거울에 비치면서 웅장한 해안가 장면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마치 출렁이는 파도를 마주하며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남과 북 사이의 강과 바다, 한강하구의 장관이 펼쳐지면서 평화의 공유지를 위한 상상이 끝없이 펼쳐진다.

전시 2관은 이곳에서 여행자로 남과 북의 주민이 만난다면 어느 경로를 탐색할지 상상해볼 수 있다. 인천과 강화, 개성 간 여행 경로를 상상하면서 남북이 다시 자유롭게 교류하고 서로 알아가는 미래를 그려보는 즐거움이 있다.

난정관은 1935년 개교한 이후부터 2019년 폐교 때까지의 교동마을의 역사와 발자취를 기록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민들의 아련한 추억의 공간으로, 그리고 미래 교육을 열어가는 가교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난정평화교육원 프로그램

이곳의 프로그램은 학생 대상의 일일 체험 등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교직원 대상의 평화교육 연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5~6학년 대상의 △순덕이의 피난 일기 △오순도순 제비처럼 등이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할머니의 교동도 피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과 교동도의 화개산·고구저수지 중심의 생태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 대상의 △시선, 경계를 넘어 △대룡시장 사람들 △리더는 필요해! 등은 차별과 혐오, 다양성, 그리고 갈등과 공존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시민 대상의 △뒤물이 마을 이야기 △평화를 함께 읽·걷·쓰 △평화로운 家 △평화 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 향후 운영, 그리고 미래 비전

동네 학교가 사라지면 자칫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 이른바 지방소멸 현상이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난정평화교육원의 폐교 활용 사례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폐교의 활용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먼저, 지역주민의 십시일반 총의를 모아 폐교로 확정된 후, 평화교육기관으로 다시 세워지기까지 교육 당국과 주민 간의 지속적인 논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별다른 갈등 없이 주민들과 공유하는 기관이 된 부분은 폐교가 지역주민의 재산이라는 지역 정서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교동 전 지역이 민통선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접경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평화’를 주제로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평화교육을 확대해 나가는 계획 또한 통일 이후를 대비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준다.

또 작년에 폐교된 인근 7km 거리의 교동 지석초등학교와‘평화’주제의 연계 사업이 확대될 전망으로, 이는 교동도가 우리나라의‘평화교육연구’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로써 어느 한 시인의 표현처럼 ‘북녘 하늘에서 한숨 섞어 날려 보낸 민들레’가 이곳 교동에서 평화의 꽃씨가 되어 북한 전역에 흩뿌려지길 기대해 본다.

/박신숙 기자 pss@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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