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연령대로 본 건강과 행복
인생의 연령대로 본 건강과 행복
  • 현대일보
  • 승인 2022.10.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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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중앙대 명예교수

 

그래도 김형석은 그후 몇 차례 강연도 했고 지방 여행도 했다. 11월 초에는 지방 강연을 위해 김포공항에 갔다. 탑승권을 받는데 일행 중 그의 표만 오류가 생겼다. 매니저는 컴퓨터를 두들겨 보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민등록증 사진과 대조해 보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백한 살이라고 대답했다. 컴퓨터는 한 살로 되어있다며 비시시 웃는다. 그 컴퓨터에는 세 자리 숫자인 100이 입력되지 않은 모양이다. 어쨌든 내 이름이 찍힌 탑승권을 받았다. 

공항 라운지에서 그 탑승권을 살펴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930회 비행기를 탔다. 82만 6천 마일 이상 비행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대한항공 직원이 이상하게 여길 만도 했다. 한 살짜리 어린애가 930회 탑승한 것으로 되어있으니 말이다. 

11월 14일에는 1년만에 강원도 양구에 갔다. 원래는 금년에 강연을 포함해 김형석을 위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모든 행사는 취소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양구에 서울 사람이 간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그냥 조용히 다녀왔다.

강원도 양구는 김형석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김형석과 안병욱을 위한 “철학의 집”이 있다. 김형석과 안병욱은 2012년 평생에 걸쳐 이룩한 학문적 업적과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양구군에 모두 기증하면서 인문학의 씨앗이 양구군에 떨어지게 되었다. 

양구군은 2018년 11월 15일 국비 등 17억 5,000만원을 들여 3층 규모의 철학의 집을 완공했다. 김형석, 안병육 철학의 집은 두 교수의 철학적 업적과 사상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어린이의 인성 발달을 위한 도서 열람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김형석은 2021년 4월이면 102세가 되는데 그때부터는 지팡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하면서, 지팡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90대 후반쯤 큰아들이 “필요한 것 같아 준비했다” 고 하면서 지팡이를 가져왔다. 그 후에는 여행을 함께 하던 사람과 강원도 양구에서도 지팡이를 보내왔다. 그런데 연말에 지팡이가 또 하나 들어왔다. 100세가 되었다고 청와대가 보내준 “청려장” 지팡이었다. 옛날 왕실에서는 80세에 하사했는데 지금은 100세로 승격한 셈이다. 

지팡이가 넷이 되니 언제부터 짚어야 하나? 때가 가까워진 것 같다. 새해인 2021년 4월이면 102세가 되는데 그때부터는 지팡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지팡이를 짚는 것이 또 하나의 마지막이기보다 새로운 시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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