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내 곁에 있을 때 잘할지어다
‘마눌님’ 내 곁에 있을 때 잘할지어다
  • 현대일보
  • 승인 2022.09.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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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우리말의 표현은 참 풍부하다.

배우자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하나만 보더라도 부인, 아내, 집사람, 마누라 등 실로 많다. 이외에도 국제화 시대에 맞춰 요즘은 와이프라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가장 한국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마누라’는 속된 말로 오인되어 사용을 기피한다.

과연 비하하는 표현일까, 마누라가 순수 우리말이라는 설도 있고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어쨌든 남자에게 마누라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기에 먼저 그 말의 어원부터 알아본다. 마누라는 원래 조선시대 왕가에서 성별을 불문하고 마마와 같은 존칭어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마누라는 비하나 경시하는 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니 부담 없이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세상에 부부싸움 하지 않는 사람 얼마나 될까 그 싸움의 승자는 아마도 거의가 아내일 것이다.

예외로 남편이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잘못된 판단이 아닐까 싶다.

나도 지난날 누구 못지않게 부부싸움을 많이 했으며 지금도 적지 않게 싸우고 있다.

다만 그 싸움이 오래 가지는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뒤끝은 없다.

그렇게 다투고 토라지며 살아온 세월이 어언 45년이다.

부부가 정이 없으면 싸울 이유도 없을 테니 다툰다는 것은 그래도 애증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웬만하면 마누라 말이 무조건 옳다고 인정하고 가급적 토를 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솔직히 실천은 쉽지 않다.

그동안 마누라와 다투어서 이겨본들 그 뒤는 도리어 개운치 않았다.

결국 ‘마누라와 싸움은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가 틀림없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아내와의 싸움에 양보를 몰랐으나 긴 세월 함께 살면서 터득한 지혜다. 지금도 진행형인 내가 겪은 사례를 하나 들면, 나는 수년 전에 시작한 조기 축구를 지금도 매주 일요일이면 하고 있다.

25분 타임 3게임, 때로는 4게임도 뛰고 있다.

무모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내가 지인들이 겪은 사례까지 들며 무릎에 해롭다고 수차 만류했으나 나는 한 번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느 날 무릎에 이상이 나타나 급히 병원에 가서 진찰했더니 의사가 당장 운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그로인해 한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마누라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같은 충고를 했다면 틀림없이 관심 있게 들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 생각을 남의 머리에 넣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벌어 내 주머니에 넣는 일이다.

앞의 일을 하는 사람은 선생님이고 뒤의 일을 하는 사람은 사장님이다. 그런데 두 가지 일을 한방에 다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마누라다.

따라서 선생님에게 대들면 배우기 싫은 사람이고, 사장님에게 항의하면 돈 벌기 싫은 사람이며, 마누라에게 이기려고 하면 살기 싫은 사람이다. 비록 세상에 회자되는 에피소드지만 이 이상 명언은 없을 듯하다. 이제 추석 명절이 눈앞에 왔다.

누가 뭐래도 명절이면 음식장만에 차례상 등 마눌님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자식 낳아 키우느라 오만 고생 다하고, 늙어서까지 가족위해 온갖 고충 면할 길 없는 마눌님, 어느 날 나보다 훌쩍 먼저 떠나버리면 홀로 감당하며 살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때늦게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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