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선한 본능을 소명으로 가진 소방관
[투고]선한 본능을 소명으로 가진 소방관
  • 김대현
  • 승인 2009.11.27 00:00
  • icon 조회수 5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사

“불이 창 밖으로 솟구쳐 나와요. 빨리요! 아직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안전센터 스피커로 들려오는 긴박한 신고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재빨리 출동차에 오른다. 번쩍거리는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가 출동을 알리고 있고 그 안에서 서둘러 공기호흡기를 착용한다. 근육은 서서히 긴장되고 약간의 흥분 상태다. 마스크 안으로 들려오는 호흡소리는 마치 다른 이의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2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내가 소방관이기 때문이었을까? ‘한계를 넘나드는 극한 직업 소방관’이 소개되는 10여분 동안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24시간 맞교대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장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소방관을 그려내고 있었다. TV를 보는 내내 소방관의 현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해 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들이 봤더라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떤 직업이든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고 성취하는데서 보람을 얻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공기호흡기를 쓰고 수관을 방패삼아 불길 속을 넘나드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가족이 과연 있을까? 화마가 두렵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거짓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으로써 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할까마는 애타게 도움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소명이 눈 앞의 두려움을 잠시 잊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9.11 테러 때 무너지는 건물 속으로 들어갔던 324명의 소방관, 그들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몸으로 맞서는 그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그리고 그것을 소명으로 여기기에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많고 많은 직업 중 극한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한 본능을 따르는 것을 소명으로 아는 소방관을 선택했다. 바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