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 칼럼] 스승과 제자, 그리고 행복 (8)
[현대일보 칼럼] 스승과 제자, 그리고 행복 (8)
  • 이상철
  • 승인 2018.07.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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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의 제자

사람은 누구나 스승이 있으면 제자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1981년 부터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27년간 재직하면서 14명의 박사학위 제자를 배출했다.

내가 은퇴한지 2018년 현재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절친한 몇 명의 제자가 있어 매우 행복하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하면서 적어도 4,5년간 학문에서 뿐 아니라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면에서 친밀한 관계를 가질 때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지속 된다고 본다. 

나는 신문방송하과 교수가 된지 1년 후인 1982년부터 대학원서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잊지 못하는 제자는 (전술한 박원준 외에) 고영철, 황우권, 정연우 등이 있다.

고영철은 내가 알기로 제주대학 관광학과(1회)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신문학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나는 그의 석사와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

당시 교수의 월급이 70,80만원 정도였던 것 같은 데 고영철은 서울에 수업을 들으러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오면 적어도 비행기 값과 숙식비를 포함해 15만원이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고영철은 서울 유학을 하는 동안 유학비용이 집한 채 값은 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고영철은 서울에 오면 자주 우리 집에 왔으며 올 때는 꼭 제주산 난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제주도 난을 알게 됐다.

고영철은 박사학위를 마치고 제주대학교에 언론정보학과를 설립해 교수로 있으면서 정경대학장을 역임했다. 나는 그가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 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고영철이 은퇴 시기가 가깝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들었을 때 세월이 많이 갔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나는 고영철이 모교인 제주대학교에 언론정부학과를 설립해 많은 제자들을 배출한 것에 대해 자부심과 보람 그리고 행복감을 느낄 것으로 믿는다.

나는 제자인 고영철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그로부터 열정과 우정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지속적인 관계를 배웠다. 나는 그 동안 고영철을 그 어느 제자보다 자주 만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한 번은 내가 나의 파트너(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내 어린 아들을 안아 주기도 하고 번쩍 들어 말을 태운 것도 잊지 못한다. 우리 부부와 고영철 부부가 몇 번이나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함깨 만나 식사를 했고 또 한번은 집에까지 초대를 받아 식사를 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황우권(대진대)은 나의 박사 제자(13명) 가운데 나보다 나이가 2,3살 많은 제자(3명)가운데 하나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2살이 더 많다.

내가 알기로 이들은 언론계 등에서 종사하면서, 1968년 설립된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분 들이다. 내가 그들의 지도교수가 된 사연은 이렇다. 당시 서울대 신문대학원에 이들을 지도했던 박유봉교수가 중앙대학의 이상철 교수에게 가서 박사지도를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유봉교수(당시 한양대)가 나를 알게 된 것은 1969년 내가 중앙대학에서 석사학위 심사를 받을 때 3명의 심사위원 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한과에 교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석사학위 심사위원 3명 가운데 1명은 다른 대학 교수를 초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내가 황우권을 잊지 못하고 감사하는 것은 내가 그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 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연락을 하고 1년에 한번은 만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한 주에 적어도 3,4번은 카톡으로 인사를 주고 받고 메시지를 나눈다. 나는 황우권으로부터 인간관계에 있어서 열정과 끈기 그리고 변함없는 우정을 배웠다. 

그리고 정연우(세명대)도 내가 잊지 못하는 제자다. 그는 내가 학부 부터 가르친 제자이기 때문에 가장 가깝고 오래된 제자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위가 끝날 때 까지 나의 연구실에서 일을 했다. 나는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 집에서 정연우 하면 가족이 모두 알 정도로 그는 나의 곁에 있어 주었다. 그는 나의 충실한 보조자였고 조언자 였다.

정연우는 내 제자 들 가운데 가장 스마트한 제자였다. 그가 전국 대학생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기쁘고 행복했다.

그는 스마트 했지만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항상 겸손했다. 그러기 때문에 그는 좋은 친구들이 많았고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 그리고 선배와 스승으로 부터는 사랑과 찬사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호혜적인 관계(reciprocal relationship)다. 동양인 최초로 하버드 법대의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은 대학에서 수업은“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상호간의 대화”라고 했다. 상호간의  대화란 제자도 스승으로부터 배우지만 스승도 제자로 부터 배우는 것을 말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평생의 관계다. 지식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에 스승도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낙오 되고 제자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평생유지 되려면 상호간의 열정과 끈기 그리고 헌신과 노력이 있어야 하고 과거의 지식이 아닌 미래의 성장과 창조를 위한 상상력(imagination)을 키워야 한다. 왜냐하면 지식은 과거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이지만 상상력은 세계를 다스릴 만큼(rule the world) 무한하기 때문이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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