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맛 살리기 위해 수동방식 지켜 세대에 맞는 실용적 도자기 만들것”
“깊은 맛 살리기 위해 수동방식 지켜 세대에 맞는 실용적 도자기 만들것”
  • 이보택
  • 승인 2009.06.19 00:00
  • icon 조회수 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공 김상겸 작가를 만나다

 여주군 여주읍 오학리 일대에 자리잡은 ‘증터체험마을’을 접어들면 30여호 정도의 도자기공방이 좁다란 길을 따라 산재해 있다.
‘증터’란 흙의 의미로 점토, 사기점 등에서 유래한다. 석고(성형)틀 제작에서 작품에 이르기까지 증터체험마을은 도공들의 삶과 작업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관광체험장소이자 살아있는 가족체험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30여 요장들이 밀집해 있는 증터체험마을 중에서 ‘귀얄’ 작품을 통해 동화같은 순수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노정(魯丁) 김상겸 작가(이하 김 작가)의 증터가마를 찾았다.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아 종이그림(동양화)에 10여년을 몰두해 왔다. 23세 때 은사인 고풍도예(북내면 지내리) 조흥교 선생에게 청자기술작업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틀에 박힌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한계성으로 인해 분청사기(청자에 분을 바른 형태)로 방향을 전환했다.
 따라서, 김 작가의 대표적 작품은 ‘귀얄’로 함축된다. 귀얄이란 태토위에 백토를 바르고 빗자루로 쓸어내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분청사기의 전통방식을 말한다.
 그래서, 머그컵에 그려진 앙증맞은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표현한 향수나 십장생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동화같이 처리한 분청인화문항아리, 스쳐가는 바람에 은은하게 울리는 장식용 종에도 사랑과 순수함이 묻어나온다.
 이처럼, 김 작가의 도자세계는 쓰이는 도자기,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자기로서 회화성과 순수함 그리고 담백함이 어우러지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겨져 나와 보면 볼 수록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도자기 작업도 완전 수동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동이나 반자동 방식은 단가와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려 편리한 반면, 작품의 깊은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자에 종사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고통은 경제적 어려움이죠. 노동의 강도가 농사짓는 수준 이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김 작가는 대물림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아들이 어리지만 도자세계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경제·사회적인 조건을 물려준다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직업으로서 받아 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도자기의 전통국가인 일본이나 독일의 도자 대물림의 예를 들려준다.
 김 작가의 원초인 ‘함께하는 사랑과 모정’이 담긴 이야기는 머그컵, 다기, 주기, 인테리어 소품, 작품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채워지지 않는 텅 빈 마음을 표현한 ‘공허’라든지, 어릴적 추억이 담긴 분청철화소나무문 화병, 젊은 부부층이 좋아하는 자라화병 등에도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김 작가의 생활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대에 맞는 도자기,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도자기, 생활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충족성과 실용성이 실린 도자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여주군에도 대로변에 잘 정비된 도자타운이 형성돼 도자인들이 마음껏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희망을 김 작가는 전한다.
 김 작가는 1967년 여주읍 창리에서 출생해 여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 97년 도자에 입문해  명지대 도자기 기술학과를 수료했으며, 현재 민예총 여주군지부 도예분과장을 맡고 있으며 여강 서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민예총 회원전 등 단체전 다수가 있고 개인전에 대해서는 “10년 후 경제적 사정이 나아지고 작품이 경지에 오르면 치룰 것”이라며 겸손을 나타낸다.
 여주/이보택 기자 lbt@hyundaiil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