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에 서 보면
사그락사그락
대나무와 대나무가 이야기 하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바람 지휘에 맞춰
사그락사그락
리듬을 탄다
모질고 차가운 눈보라에도
거칠게 휘몰아치는 비바람에도
쭉쭉 뻗어 오른 대나무
비움의 참됨을 알린다
마디마디
강직함으로 빗장 지른다
꺾이지 않는다
땅속 그물처럼 얽혀 있는 뿌리
혹여
뽑힐까
손에 손을 잡고
생각에 생각을 업고
의지하고 단결하여
대 이파리
퍼르퍼르 나부낀다
절개(節槪) 진 죽간(竹簡) 마다
기록된 뜻 이윽하다
그대, 대 숲 같은 이여
옴살 같아라
고된 역사 이고지고 온 마디마디
잡도리하여
꽃 피우라
올곧은 대나무꽃 피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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