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행복과 친절에 대한 비교 연구<8>
[현대일보칼럼]행복과 친절에 대한 비교 연구<8>
  • 승인 2016.12.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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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은 그 나라의 교육이나 문화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서는 어려서부터 남에게 도움이 되라고 가르치고, 일본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가르치고 한국서는 남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서는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언제나 친절하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려서부터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 경쟁만을 부추기기 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가 적고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편이다.
그리고 카페나 야외 공공장소에서도 미국과 일본에서는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옆에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조용히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마구 떠들며 심지어는 괴성까지 지른다.
일본 문화의 핵심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데 있다. 일본인의 미소와 친절은 일종의 에티켓이며 아주 어려서부터 철저히 훈련된다. 따라서 일본인의 미소는 반드시 즐거움이나 기쁨 그리고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기쁠 때도 미소를 짓고 슬플 때도 미소를 짓고, 상대방의 요청을 거절할 때도 미소를 짓고, 몹시 당황할 때도 미소를 짓는다.
일본인들이 이같이 언제, 어디서나 미소를 짓는 이유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남에게 친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언짢은 표정을 지어서는 안되고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의무감(social duty)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일본서 3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한 미국인은 일본의 친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깔끔한 길거리와 질서정연한 도로 위의 자동차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정중함과 미소 그리고 고객 서비스가 몸에 밴 사람들을 대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혹자는 한국인을 가리켜 포커페이스라고 부른다. 포커페이스란 무표정한 얼굴, 굳은 얼굴, 미소가 없는 얼굴을 말한다. 포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손에 쥔 패를 감추기 위해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미소가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서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면 미소를 짓지 않는다.
한국서 10년간 거주한 스콧 버거슨은 한국인의 포커페이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서는 정신병자나 얼간이가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도 미소를 짓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예쁜 여자에게 미소를 지으면 아예 못본 척 하거나  무슨 변태라도 만난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얼굴을 돌려 버린다. 
최근 한국에 초빙교수로 와서 살다가 귀국한 한 외국인 교수는 한국인의 친절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인은 너무 친절하다. 그러나 권력이 있거나 유명한 사람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지만 자기보다 약하거나 힘없는 서민에게는 거만하기 짝이 없어 놀랄 때가 많다. 특히 식당 종업원에게는 마구 잡이로 무례하게 대해 같이 간 사람이 불쾌할 정도다. 잘 나가는 엘리트일수록 이 같은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어 인간적으로 사귀고 싶지 않았다.
서울에서 내가 겪은 일이다. 어느 회사 중역과 저녁을 먹고 그의 차로 호텔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한가한 길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져 운전기사가 차를 멈추자 중역이 ‘아무 차도 없잖아’ 그냥 건너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국민소득은 2만3천 달러 수준인데 시민의식은 500달러 수준(1970년대)이라고 했다. 
  <끝>

 

◇ 필 자

이상철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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