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브렉시트 현실화 그 이후는
[현대일보칼럼]브렉시트 현실화 그 이후는
  • 신경환
  • 승인 2016.06.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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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민투표가 EU 탈퇴로 결론 나면서 세계는 한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있다. 

사실 정말 탈퇴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잔류와 탈퇴가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던 만큼 탈퇴 가능성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영국이 정말 EU를 탈퇴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인간의 나약한 심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들은 항상 고뇌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최상의 상황을 상정하곤 하지만 사실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기 보다는 그러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다음 절차에 대해 준비를 한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당사자인 EU 집행위원회 마저 다음 절차에 대한 준비가 없어 보인다. 

단지 영국이 탈퇴를 위한 협상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엄포만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반응에는 탈퇴를 결정한 영국인들에 대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의 실망과 분노를 단편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진행될 영국의 탈퇴 절차에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매우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은 이제 영국에게 온갖 고통과 압박을 주어 EU 탈퇴가 결코 영국에게 이익이 될 수 없음을 인지시키려 할 것이다. 이는 영국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나머지 유럽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 

영국은 유럽과의 이러한 갈등 속에서 더욱더 민족주의적인 경향을 나타낼 것이다. 유럽 또한 영국을 배척하는 과정을 통해 대(大)유럽이라는 연대의식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은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만약 영국이 단순한 EU 탈퇴를 넘어 유럽과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미국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히 잃을 수도 있다. 기존 유럽연합은 거대한 경제권으로 부상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차별화된 존재감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와 새롭게 부상하는 동아시아가 주축이 되어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해 가고 있었다. 사실 미국과 유럽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미래 국제사회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주요 강대국들이 존재하는 다극체제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신경환

신한대학교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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