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왕서방의 위력
[현대일보칼럼]왕서방의 위력
  • 신경환
  • 승인 201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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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중국 화교는 왕서방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왕씨, 장씨. 유씨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과거 왕건에 의해 건국된 고려왕조의 성씨가 왕씨였기 때문에 조선왕조가 수립되면서 한국의 왕씨들은 자취를 감췄다. 이것이 중국 화교를 왕서방으로 통칭하는 이유는 아니겠지만 한국과 중국 모두 성씨를 기본으로 하는 가족과 지역적 연대를 중요시 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사실 중국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는 성씨와 족보에 대한 배척이 일어났다. 따라서 현대 중국에서는 한국에 남아 있는 동성동본과 같은 성씨를 중심으로 하는 혈족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들 특유의 자존심과 연대의식을 통해 전세계에서 화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중국 이민가정에서 서로 반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물론 전체 이민가정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의 이민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집에 들어와서 한국말을 쓰면 부모에게 꾸지람을 듣는다고 한다. 자식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영어라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화교의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집에 들어와서 영어를 쓰면 회초리를 든다고 한다.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중국어를 쓰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민을 간 이상 그 나라의 선량한 시민이 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유지하고 또 한편으로 이용한다면 값진 자본이 될 수도 있다. 

유대인들은 고국도 없이 수천년을 떠 돌았지만 특유의 연대를 구축하여 유럽사회에서 금융업을 장악하며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결국 2차대전 이후 조국을 되찾을 기회까지 가질 수 있었다. 

현재 세계적인 화교사회는 탄탄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이권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일찍부터 동남아 등 저개발 국가에 이민간 화교들은 그 지역사회에서 기반을 닦아 왔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성제 성장을 이어가면서 해당 세계화교자본이 이들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었다. 화교자본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투자되어 큰 수익을 남기고 있다. 이것은 당초 해당 지역에서 기반을 잡은 화교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신경환

국제관계학박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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