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드디어 시작된 대북제재 결과 지켜봐야
[현대일보칼럼]드디어 시작된 대북제재 결과 지켜봐야
  • 신경화
  • 승인 201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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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중관계는 매우 민감한 사이였다. 한국은 중국이 유일하게 동맹을 맺고 있는 북한과 대립하고 있었고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대륙에 위치해 중국에게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말엽인 당시 한국은 북방외교의 상징적인 성과를 내고 싶었고 중국은 친미적인 한국과의 수교를 통해 미국과 서방세계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후 한중관계는 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발전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는 한중관계에서 또 다시 전략적 요소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중국은 댜위다오를 놓고 일본과는 군사적 대립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과의 관계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원화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역사적 공감을, 일본은 한국에 한미일 삼각동맹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놓고 한국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매우 드문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양쪽에서 모두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한국은 명확하게 미국과 일본의 곁에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입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북제제 동참을 이끌어 내어 원하던 외교적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강경한 반대 의사를 천명했고 한국정부는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중국 대사를‘초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외교관계에서 상대방 대사를‘초치’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외교적 표현으로 과거 일본과 독도영유권 문제를 놓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 한국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사례가 있다.
사실상 한-중관계가 영토분쟁을 하는 수준을 넘나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이처럼 강경한 외교적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제제에 동참하도록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한 한-중 우호관계와 미국과 중국을 양쪽에 놓고 이득을 취하던 전략적 모호성과 맞바꾼 성과라는 점에서 득실을 놓고 볼 때 잃은 것도 크다.
대북제제의 수준이 과거 어느 시점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이번 제제를 통한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크게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은은 집권한 이후에 자신이 우세한 입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내부적으로는 권력안정을 위한 정치적 숙청과 외부적으로는 반복되는 핵실험을 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북제제는 김정은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김정은이 이러한 정치적 공세를 돌파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다양한 방식의 급변사태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불안정한 북한이라는 요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개성공단 폐쇄, 중국관계 악화, 북한 리스크 확대 등 수 많은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자본을 총동원하여 이뤄낸 대북제제가 북한의 아무런 변화 없이 끝난다면 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신 경 환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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