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한일관계 개선인가 악화의 시작인가
[현대일보칼럼] 한일관계 개선인가 악화의 시작인가
  • 신경환
  • 승인 2015.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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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연말연시에 뜬금없는 소식이 날아 들었다. 기쁘게도 한일간 위안부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소식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 위안부문제를 놓고 한일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뉴스 보도를 통해서 이미 1년 반 전부터 한일간 위안부협상이 진행되었다는 보도를 듣고서야 간간히 들려 오던 한일 과거사문제 협상이야기를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역사적 치욕의 살아 움직이는 상징이었다. 단순히 피해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굴욕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를 상기시켜 주는 감추고 싶은 상처이다.
 더욱이 가해자인 일본이 줄곧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여전히 상처에서 고름이 줄줄 흘러나오는 고통을 참고 있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또 다른 10여 년을 잃어가면서 경제는 몰락했고 일본인들의 삶은 황폐하다 못해 무기력해졌다. 이제 일본은 경제에 대한 감각까지 무뎌지는 모양새다.
그저 살만큼은 산다는 생각으로 현 경제상황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활기를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극우적인 보수파들뿐이다.
무기력한 사회에서 급진적인 생각으로 잠자는 뇌를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일본사회를 뛰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정치권으로 가져와 제도화 한 사람이 바로 현 일본총리인 ‘아베’이다.
일본은 현재 유일하게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면서까지 일본 전쟁범죄자들을 추앙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평화헌법까지 개정하였다.
오랜 기간 경제침체에 빠져있는 일본이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인 중국과 정치적 대립의 길을 선택한 것은 쉬운 결정이 결코 아니다.
이처럼 극우화된 일본에서 그것도‘아베’와 같은 사람이 위안부문제를 합의했다니 의아한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실제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이 아전인수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이야기하는 꼴이다.
먼저 한국은 일본이 위안부문제의 정부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했지만 일본은 군이 관여 한 것을 정부책임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전쟁 중에는 모든 것을 군이 관여한다고 할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또한 한국은 일본정부가 반성의 의미로 일본정부 자금으로 위안부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일본은 이 또한 법적 책임에 의한 보상이 아니라 기금납부라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일본정부가 프랑스와의 관계 발전을 위해 프랑스에 있는 유태인 학살 박물관에 기금을 제공한다고 해서 일본이 유태인 학살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 만큼 일본의 주장을 반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합의가 돌이킬 수 없는 최종적인 합의라는 문구이다. 사실 모든 법적 분쟁은 최종심판결을 통해 어떻게든 결론이 나오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역사는 말 그대로 후대의 사람들에게 교훈과 진실을 전달해주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최종적이고 말고 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독일이 사과도 했고 배상도 끝났으니 이제 유태인 학살이나 침략에 대한 이야기는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이 끝났다고 하면 유럽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일본에서는 아베의 작은 외할아버지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박정희 정부에서 한일협정을 체결했던 것을 의미 있는 역사적 우연으로 보도하고 있다.
한일협정은 두고두고 역사문제를 반복적으로 상기시켜 오히려 한일관계의 앙금을 쌓아 왔다. 용서를 구하지 않는 일본과 용서를 하지 않는 한국 모두에게 외교적 손실이었다. 이번 위안부합의가 또 다른 앙금의 씨앗을 만든 것은 아닌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 필자

신경환
신한대학교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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