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기고]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 이용근
  • 승인 2015.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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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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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3일‘아드리아 벨리’라는 작은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분께서 파주시 행복장학회에 장학금을 기탁해 왔다. 그 마음과 정성이 특별히 고마운 기탁이었다.
배우는 원생들의 공연 수입 일부를 기탁한다고 했지만, 청중이 낸 관람료가 아니고 선생님과 원생들이 모은 돈이라고 했다.
재능과 돈 모두를 기부한 것이다. 청중의 입장에서 정말 미안했지만 소중한 마음을 가슴으로 받았다.
이런 공짜 관람은 일부 유명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서울에서도 흔한 일이니, 지방에서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중북부 도시 베로나에 있는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아레나(Arena), 매년 8월 주말 저녁이면 주변이 오페라 관객으로 북적인다.
이탈리아 각지에서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인근 국가에서 버스를 타고 온 관객들이다.
관람료가 꽤 비싼 편이지만 대부분의 프로가 이미 수개월 전에 매진될 정도다.
그들은 아침 일찍 와서 인근의 유적지 곳곳을 둘러보고,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며 즐기다가 저녁에 공연을 보고, 다음날 새벽에 돌아가는 것이다. 매년 배우(가수)는 바뀌어도 프로의 구성은 거의 그대로다. 100년 넘게 이어오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문화축제 중에 하나이다.
이밖에도 유럽 국가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 축제가 많은데, 이런 전통문화공연은 그 발상지(發祥地)에서 하는 것이라야 특색이 살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까?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 초 삼성 밀라노 지사장의 첫 번째 임무는‘이탈리아 패션 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지?’, 그 근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 근본은 하루아침에 될 수도 없고, 한두 가지만을 바꾼다고 되는 것도 아닌, 아주 넓은 의미의‘문화’중에 하나였다. 패션은 기호(嗜好)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사업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었다. 말은 쉽지만 분야도 넓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기획은 물론 고도의 기술과 마케팅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전기가 발명된 이래, 최근의 컴퓨터, 호출기,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 기술 등이 융합 발전되어 오늘의 스마트폰을 만들게 된 것처럼, 단계적으로 이루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획과 시작이 중요하다.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처에서 우리 문화공연을 보러오게 하려면 할 일이 너무 많다. 어떤 공연을 할 것인가?
먼저 혼(魂)을 찾아야 한다. 역사 속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사실(史實)이나 정신적 뿌리를 찾아내서 공연이 가능하도록 연출해야 할 것이다. 배우와 가수도 있어야 하고, 극장도 있어야 할 것이며, 마케팅 전문가와 총감독도 있어야 한다.
어쩌면 세계화는 나중이다. 우선 지역 주민이 갈망하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관객을 확보해야 한다. 기꺼이 관람료를 지불하고 온 가족이 흐뭇해하며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 필자

이용근
파주시 행복장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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