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한중관계의 새 지평
[현대일보칼럼] 한중관계의 새 지평
  • 신경환
  • 승인 201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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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지리적 근접성으로 항상 서로의 역사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강대국인 중국 옆에서 한국이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동아시아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의 역사는 항상 중원의 한족과 북방의 이민족이 패권을 다투며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중원의 패권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리적으로 볼 때 한반도가 위치한 중국의 동북부는 북방유목민족의 근거지와 가까이 있다.
따라서 북방세력이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 군대를 남쪽으로 이동시키면 중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반도가 북방세력의 배후를 공격할 수 있다.
따라서 패권을 노리는 북방세력은 중국을 공략하기에 앞서 항상 한반도를 먼저 제압해야 했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와 항상 우호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 했다.
최근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박근혜대통령이 서구사회 최초로 참석하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웃한 국가의 주요행사에 최고 지도자가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외교적 행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처럼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군사적 위력과시로 볼 수 있는 열병식에 참가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G2국가의 위상에 부합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군사력을 확장시키고 있고 이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이러한 중국의 열병식에 참가한다는 것은 국제질서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군사대국으로서의 중국을 간접적으로 승인한다는 의미로 보여질 수도 있다. 사실 한국이 이처럼 중국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전격적으로 수교한 것은 수렁에 빠진 중국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넨 것이나 다름 없다. 중국은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로 서구사회의 강력한 비난과 외교적 고립에 빠져 있었다.
중국은 다방면으로 외교적 곤경을 타파하려고 하였지만 서구사회에서 중국은 철저하게 배척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과의 수교는 외교적으로 철저하게 고립된 중국의 상황을 다소나마 완화시켜 줄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물론 한국으로서도 북한의 최우방인 중국과의 수교를 통해 안보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었고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노력했다. 중국이 단순히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부합하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들은 중국이 완전한 시장경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높은 관세와 투자제한 등의 조치를 유지했다. 2005년 한국은 주요 경제국가 최초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나라가 되었다. 항상 처음은 정치적, 외교적 부담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중국은 보다 쉽게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군사적 부상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국력에 비례해 마땅히 가져야 할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으로서는 박근혜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가가 가뭄에 단비 같이 고맙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10년 정도를 주기로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적 목표에 우호적으로 협조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
1992년 수교는 한국으로서도 외교적 성과라고 볼 수 있고 2005년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은 이미 중국과의 무역규모로 볼 때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5년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이미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손을 내밀면서 성공적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우리의 안보적 이익을 쟁취했다.

 

◇ 필자

 

신경환

국제관계학박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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