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평등과 행복 <3>
[현대일보칼럼] 평등과 행복 <3>
  • 이상철
  • 승인 201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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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있을 때 미국문화를 알기 위해 2주간 미국인 가정에 머문 일이 있다. 나는 당시 나이가 33세였는데 3살쯤 되는 그 집 남자 아이가 내 이름을 아무 거리낌 없이 불렀을 때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나 자신도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몸소 경험을 통해 배웠고 오늘의 내가 된 것도 이런 평등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나는 1960년대 초부터 1974년 미국 유학을 갈 때 까지 중앙대학교 설립자이며 총장인 임영신 박사를 모신 일이 있다.
그 분은 일찍이 미국서 공부를 했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친구와 지인이 많았다.
추석 명절을 맞아 하루는 포도선물을 배달하게 됐다. 임영신 박사는 안성(현재 중앙 대 안성캠퍼스)에 씨 없는 포도를 재배했는데 당시는 매우 귀한 선물이었다. 같은 날 포도선물을 가져 간 곳은 한국의 해병대 사령관 댁 (공관)과 주한 미군 사령관 댁이었다.
먼저 간곳은 해병대 사령관 집이었다. 심부름을 한 비서가 포도 선물을 직접 한국 해병대 사령관을 만나 전달한다는 것은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상상한 대로 정문에서 지키고 있던 보초사병이 그냥 그곳에 놓고 가라고 해서 정문안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돌아  나왔다. 나는 아직도 그 선물이 사령관에게 직접 전달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경비가 한국의 해병대 사령관 집 보다 더 엄한 주한 미군 사령관 집을 방문했을 때는 나도 놀랐다. 내가 임영신박사의 선물을 사령관에게 직접 전달하려고 왔다고 하자 어느 누구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령관이 사는 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사령관은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고 오다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거실에 들어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부인은  임영신 박사께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나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평등정신이라는 것을 실감했고 지금 까지도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다.
평등에 대한 또 다른 귀중한 경험은 리더스다이제스트의 설립자이며 회장인 데윗 월레스와의 인연이다. 임영신 박사는 월레스와도 친분이 두터웠다.
1973년 경 월레스의 고문이 임영신 박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조선호텔에 머문 적이 있다. 나는 당시 유학을 가기위해 미국의 2개 대학(미네소타 대와 오하이오 주립 대)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아 놓고 유학을 갈 돈이 없어 전전긍긍 하던 때였다.
나는 직접 조선호텔로 찾아가 월레스 고문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나는 나의 절박한 사정 이야기를 했다. 월레스 고문은 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나더니 월레스 자신 앞으로 사정 이야기를 편지로 써오면 그에게 전달해 보겠노라고 했다.
이 일이 있은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월레스는 나에게 수표(2,500 달러)를 보내와 나는 1974년 가을 미네소타 대학으로 유학을 갈수 있었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월레스 부부와 몇 차례 편지왕래를 했고 유학생활의 고충도 이야기 했다.
월레스 는 또 다시 수표(2,600달러)를 보내와 무사히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나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게 될 때 만족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가 평등한 대우를 받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서열 위주의 권위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은 나면서 평등하다고 하는 인본주의적 사고를 중시해야 할 것이다.
아니 사고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금부터 행동으로 옮겨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만인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젊어서 평등에 관한 경험을 통해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깨달을 수 있었던 기회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이런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회를 회상할 때 마다 깊은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되고 이런 감사와 행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 필자

 

이상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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