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 최영환
  • 승인 2013.09.12 00:00
  • icon 조회수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환경도시농업·새벽직거래시장·로컬푸드직매장·안성마춤브랜드까지…상품 격이 다른 안성시의 4차원 농정

친환경도시농업(텃밭), 초보 농부의 즐거움
오늘은 토요일, 쉬는 날이지만 이안성(가명. 36)씨는 새벽같이 일어난다.
일주일동안 가지가 얼마나 자랐는지, 방울토마토가 폭우에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텃밭(안성시 현수동)에 가서 확인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수동 텃밭은 안성시에서 올해 초 시민들에게 친환경도시농업으로 유상 분양(1구좌, 10㎡, 2만원)한 것이다. 공고가 나기가 무섭게 마감되어, 지금도 혹 순번에서 밀려났으면 어땠을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도 그럴 것이 난생 처음 농사라 치고 지어보는 것도 신기하고 그 열매들을 거두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씨앗에서 잎이 나고 잎에서 꽃이 피고 그 꽃에서 열매가 난다는 자연의 이치를 직접 보여줄 수 있어서 보람 있다.
특히, 얼마 전 텃밭에서 열린 ‘혼성 트리오의 공연’은 이안성씨가 도농복합도시, 안성에서 꿈꾸었던 ‘전원도시의 로망’, 그 자체였다. 안성시는 2013 친환경도시농업으로 지역 공동체 텃밭을 지난 해 1개소에서 올해는 2개소로 넓히고 373구좌를 분양했다. 봄에 분양한 텃밭은 원칙적으로 분양자가 관리하지만, 대부분 초보 농부임을 감안해, 시에서 매월 2~3회에 거쳐 큰 잡초를 제거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친환경 병해충 방제를 한다. 소농기구와 급수시설이 있으며, 친환경 화장실과 휴식터도 갖고 있어, 소박하게 농사짓기에 부족함이 없다. 농정과 담당 팀장이 매월 1회의 현장 교육을 통해, 농사짓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새벽직거래장터, 주말 하루 매출 천만원
안성시 서운면에 사는 김대수(가명, 55세)씨, 새벽 5시가 아직 되지 않은 시간, 조금씩 여명이 터오는 것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눈을 뜨자마자 그는 집 옆에 있는 오리 농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조심스럽게 오리알을 담아낸다. 이어 그가 오리알을 들고 향한 곳은 안성천(아양주공아파트 단지 옆)에 열린 ‘새벽 직거래 장터’이다.
이곳에서 오늘 가져온 오리알과 강낭콩을 판다. 딱히 좌판이랄 것도 없고, 그날그날 낳은 오리알과 늦어도 그 전날 수확한 것을 팔기 때문에 물량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품질 때문인지, 가져온 물건은 거의 다 팔릴 때가 대부분이다.
새벽직거래장터는 지역에서 생산한 우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농업인이 시중가격보다 20%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판매하며, 안성아양주공 뒤 아양로변에서 매일 새벽 4시 30분부터 아침 8시까지 열린다.새벽 5시, 벌써부터 장이 한창이다.
새벽 직거래 시장에서 만난 한 평택시민은 “오리알이 아주 싱싱하고 귀한거라,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날을 잡아 온다.”며 “ 기름값을 빼고도 손해는 없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터에는 농업인 직거래 새벽시장 회원으로 등록된 206명 참여농가가 함께 하며, 11월 30일까지 악천후만 제외하고 매일 상설 운영된다. 새벽직거래장터는 7월초 공중파의 방송보도 이후, 안성시가 아닌 인근 도시에서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현재 평일은 40여 농가가 제철 농산물을 출하해 4백만원의 판매액을 올리고, 주말의 경우 70여 농가가 참여해 하루 평균, 8백만원에서 1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수도권 최대 안성로컬푸드 직매장 위대함
안성시 당왕동의 주부 정다희(가명, 45세)씨, 퇴근과 함께 안성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향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안성시에서 기존의 농협 하나로 마트 매장을 리모델링해, 농가 스스로 농산물, 포장, 진열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정모씨의 오늘 저녁 메뉴는 카레, 감자와 당근, 돼지고기와 양파를 사야 한다.
일반 유통경로를 통한 농산물들보다 더 못 생기고 더 작고 볼품없지만, 로컬 푸드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생산자에 대한 믿음 때문이며, 이는 먹거리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그도 그럴 것이 매장의 모든 식품의 상단에는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한 생산자의 사진과 실명이 있다. 이곳에는 모두 안성시 120여 농가의 150가지 과일류, 채소류, 구근류, 잡곡류, 특산품류, 건조농산물, 축산물류, 화훼류, 친환경농산물, 가공식품 등이 판매된다.


지자체 최초 7년 연속 브랜드 대상 ‘안성마춤’
김민호(가명, 32세)씨는 다가오는 추석에 벌써부터 한숨이 난다. 얇아진 지갑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선물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웬만큼 눈에 드는 것들은 가격이 무섭고, 가격만 보고 골랐다가는 선물을 안 한만 못한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 주변의 추천으로 알게 된 ‘안성마춤 브랜드’는 이런 김민호씨의 걱정을 한 방에 날려 보냈다. 가격도 좋고 품질은 시에서 보증하니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택의 폭도 다양해 선물을 받는 이의 특성을 배려하고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한 선택이 가능하다.
안성IC에서 가까이에 있는 ‘안성마춤 갤러리‘에 들려, 김씨는 안성마춤 배와 포도를 구입했다.
 크기도 클 뿐 더러 당도가 높아,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달큰하게 코를 자극한 향이 느껴진 향이 바로 과일에서 나왔던 것.
안성마춤갤러리는 2008년 5월, 안성마춤의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해 개장했으며, ’안성마춤‘ 5대 브랜드의 홍보관이자 주력상품의 하나인 한우를 직접 맛볼 수 있는 갤러리풍의 식당이다. 이곳에서는 가끔 화가들의 전시회도 열린다. 선물을 보낼 곳까지 택배가 가능하다.
안성마춤은 쌀과, 한우, 배와 포도에 이어 인삼까지 모두 5가지 종류다. 특히 후발 주자로 참여했지만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안성마춤 인삼은 70%가 계약재배로 이루어져 공급 구조가 안정적이다.
안성은 차령산맥 기슭에 위치해, 온난하며 강우량이 적고 밤낮의 기온차가 높아 6년근(홍삼) 인삼 재배의 최적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안성마춤 인삼은 2010년 전국 인삼품평회에서 체형우수, 대편삼, 특이모형삼 부분 모두를 최우상을 수상하며 금산 인삼의 독주를 막는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밖에 고래논에서 재배된 쌀과 양심코드가 부착된 한우, 친환경농법으로 키운 배, 대한민국 포도 역사인 110년 전통의 포도, 천연재해가 적은 안성에서 6년동안 정성껏 키워낸 최고급 인삼 등은 안성시의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저마다의 까다로운 규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안성마춤’이라는 상표를 가질 수 있다.
안성마춤브랜드는 농산물에 브랜드가 생소하던 지난 1998년 농업환경의 급격한 변화, 유통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안성시가 ‘안성마춤’이라는 농·특산물 공동브랜드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농·특산물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브랜드마케팅과 연합마케팅을 역점시책으로 채택해, 강력히 추진한 결과로 평가된다.
 로컬푸드는 단순하게는 내가 있는 곳 가까이의 과일과 채소, 축산물 등 정체가 분명한 먹거리들로 우리의 식단을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아가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한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저렴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대량 수입에 의존되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처음 2008년 완주군에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율 25%대의 OECD 최대 식량 수입국으로, 이미 46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농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6%로, 이마저도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65% 수준이 평균이다.
황은성 안성시장은 “안성맞춤 로컬푸드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밥상을, 생산자에게는 안전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농산물 수입 개방과 먹을거리 위기감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성시의 로컬푸드 정책은 각종 FTA로 위협받고 있는 먹거리 주권에 실질적 힘을 지니는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안성/최영환 기자 cyh@hyundaiil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