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예측 불허 북한의 변수
[현대일보칼럼] 예측 불허 북한의 변수
  • 신경환
  • 승인 201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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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 훈련이 끝나고 미군 전력이 본국으로 귀환하면 일주일 이내에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또한 한미정보당국이 북한이 동해안에서 미사일발사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포착 되면서 도발의 방식도 미사일 발사로 보다 구체화된 예측이 제시되었다.
여기에 사정거리가 미국의 괌까지 이르는 미사일을 발사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영공에 들어 오면 요격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 페트리어트 미사일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던 키리졸브 훈련 직후부터 북한의 4.15 태양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은 김일성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1974년 이후 북한 최대의 명절로 규정해 놓았고 김정일 시대에는 매년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해 왔다.
많은 전략기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시점을 태양절 이전으로 분석한 이유도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을 실험하고 태양절 군사퍼레이드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전통마저 깨고 이번 4.15태양절 행사에서 군사퍼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위해서는 이미 몇 달 전에 준비가 시작됐었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은 당초 태양절 이전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계획이 없었고 군사퍼레이드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북한이 던진 미끼에 낚였다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긴장상황에서 한미일 주요 전략기관의 최고전문가들이 예측한 모든 시나리오를 모두 비켜나가는 행동을 한 것이다.
사실 북한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면 우리가 북한문제에 이렇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막강한 국력과 다양한 국제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북한을 통제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 하면서 직접적인 도발은 감행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조금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상 북한으로서 김일성의 생일인 1912년 4월 15일을 기점으로 하는 주체 101년을 맞는 상징적인 이번 태양절은 대외적인 부분보다 대내적인 중요성이 컸다.
즉, 태양절 이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이는 대내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대외적인 협상용으로만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이 주장한‘강성대국’의 원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체101년인 2013년에 북한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군사력뿐이 없다.
이런 점에서 태양절 이전에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더욱이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도 생략됐다는 점은 조금 의아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북한의 노림 수는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북한의 행동을 지나치게 외교전략에 맞춰서 분석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 수도 있는 것이다.
1년을 맞는 김정은은 집권 초기 민생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 했다. 아버지인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김정은은 대중적인 지지를 통해 정권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손자이자 김정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현재 북한의 정권을 물려 받았다. 명실공히 현대판 김씨왕조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봉건제도는 대를 거듭할수록 취약한 문제가 드러난다. 봉건제도에서 개국 초기에는 왕과 개국공신들이 끈끈한 전우애로 뭉쳐 신하들이 왕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어 왕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고 개국공신들의 아들이 관직을 물려 받으면 왕과 신하들의 관계는 지극히 사무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물론 높은 충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3대까지 내려온 북한의 김씨 왕조와 집권세력은 감정적 연대가 아닌 이익연대라고 봐도 무난할 것이다.
즉, 김정은과 집권수뇌부 사이에 미묘한 이권다툼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물론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해 왔기 때문에 기득권세력은 군부가 될 것이다.
반면 새롭게 정권을 장악한 김정은은 되도록 군부를 배제하고 자체적인 권력기반을 형성하길 원할 수 있다. 집권 초기에 김정은이 발 빠르게 대민 친화적 행보를 한 것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즉,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섣부른 예측을 내 놓기 앞서 북한을 대외적인 요소보다 대내적인 요소를 통해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 필자

 

신경환

국제정치박사, 한서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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