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보칼럼]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정말인가?
[현대일보칼럼]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정말인가?
  • 신경환
  • 승인 201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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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해 들어 점진적으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더니 이제는 남북간 유일한 통로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개성공단 마저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정말 가관이다. 한국의 정부와 언론이 개성공단은 북한의 유일한 외화수입원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악화 되어도 폐쇄하지 못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폐쇄의 이유라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생떼를 쓰는 형국이라 당장 어떤 대응 방법이 있을 지 막막한 심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러한 공허감이야 말로 북한이 바로 목표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행동은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북한을 주시하는 우리 정보당국이나 언론의 공통된 평가이다. 그건 당연하다. 북한의 국력은 사실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북한을 굳이 비교하자면 경제, 국민, 영토 등의 요소로 볼 때 아프리카의 모잠비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모잠비크는 국제정치를 전공하는 필자도 세계지도를 한참 찾아야 대충 위치라도 가늠할 수 있는 나라이다.
북한은 자체적인 국력만으로는 감히 세계최강국인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할 수 없는 나라이다. 다시 말해 만약 미국이 북한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만 할 수 있다면 북한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고 북한은 미국과 협상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다.
즉, 북한은 자신에게 즉각적인 불이익이 있다 할지라도 한국과 미국이 예측 할 수 있는 것 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같은 약소국이 슈퍼파워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할 수 있는 외교적 수완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조치 또한 단순한 어린아이 생떼 정도로 생각할 수 없는 세심하게 계획된 북한의 외교전략이 숨어 있다고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평도포격과 천안함 때도 유지했던 개성공단을 북한이 쉽게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만큼 북한의 이번 폐쇄결정은 북한의 외교전략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충격요법은 3번째가 있을 수 없다. 한 두 번 경험하면 더 이상 충격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때도 한국증시는 과거와 달리 오히려 상승했었다. 북한위협론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은 바로 북한위협론의 회복일 것이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안정에 북한이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줘야 향후 박근혜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북한 내부적인 필요에 따른 긴장국면 조성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여진다. 개성공단의 폐쇄 결정은 한국에게도 놀라운 결단이지만 우리보다 더 놀랄 사람들은 어쩌면 개성공단과 연계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이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돈맛을 조금씩 알아가며 말 그대로 자체적인 개혁개방을 진행하고 있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북한의 구호처럼 당 지도부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충분한 사전작업 없이 북한정권을 손에 잡은 김정은의 통제력을 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북한의 도발은 아무 얻을 것이 없는 무모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김정은에게는 안 하고는 못 넘어갈 필수적인 단계로 인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단판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기존의 분석을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벼랑 끝 전술은 북한의 대표적인 외교전략이다. 하지만 이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모두가 지금 북한이 서 있는 곳이 벼랑 끝이라고 믿어야 한다.
문제는 지난 5년 이명박 정부 내내 북한은 점차 강도를 높이며 도발을 이어갔다. 결국 한 발짝만 더 내 디디면 같이 벼랑 끝으로 떨어진다고 위협을 하면서 벌써 몇 걸음 걸어간 형국이다.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주도의 유엔 안보리 제제가 통과되고 여기에 중국까지 북한을 압박해 오는 상황에서 미국은 사실상 북한에 대해 무력개입 직전의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 상태다.
즉, 이번에는 미국이 북한보다 한 발짝 더 벼랑 끝에 서서 북한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여기서 굴복하면 모든 것을 잃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벼랑 끝에 나뭇가지라도 밟고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북한은 무엇보다 한국에서 보수정권이 재탄생 한 것에 대해 큰 실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5년을 기다릴 생각이 없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즉, 한국의 보수정권과 타협을 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것 보다 지난 이명박 정부보다 더 악화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무리해서 예측 할 필요는 없다. 사실 그렇게 하기도 불가능 하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이 무기력하게 끌려 다녀서도 안될것이다. 우리가 먼저 북한에게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 필자

 

신경환

국제정치박사, 한서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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