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단]빈집
[월요시단]빈집
  • 김계은
  • 승인 2011.03.28 00:00
  • icon 조회수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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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는 일곱 남매의 아버지였다


낡은 자전거 체인을 고치며
명절이면 소고기 한 근 끊는 게
살아가는 방식 이었다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가 그리운 날이면
막걸리 들이키듯 절망을 들어부어


그가 들이마신 공기는
폐부 깊숙한 울림으로
다시 토해 질 때까지
자신 속에 가두어야 했다


견고하게 지켜오던
영토는 그가 사라지면서
봄날 꽃잎에 지듯 모두 사라져


비어있는 뜰엔
그가 심은 배꽃이 보름달
흉내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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