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사회부·부장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거보’라는 한 고을의 장관으로 임명되자 스승을 찾아가 정치하는 법을 물었다.공자가 이에 말씀하시기를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 빨리 하려 하면 일이 잘 되지 않고 작은 이익을 탐내면 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공자의 대답은 慾速不達 慾巧反拙(욕속부달 욕교반졸:너무 서둘러 도리어 일이 잘못됨을 뜻함)이다.
이 대답의 의미를 공자는 “욕속(慾速)이란 빠른 행동이 아니라, 조급한 마음과 빨리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다. 마음은 차분하고 듬직하게, 행동은 민첩해야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특히 정치는 근본 문제를 장기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명령이나 법률로써 효과를 보려 하면 혼란만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더디어도 서서히 한 가지씩 올바르게 처리해 나가야만 비로서 바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최근 이필운 안양시장이 현 시청사 부지에 비지니스, 문화, 컨벤션, 관광, 호텔 등의 복합기능을 갖춘 100층 이상의 랜드마크형 초고층 건물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기자회견 다음날 긍정적 홍보를 기대했던 주최(?)측의 생각과는 달리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한 정보는 부정적 시각에서 접근한 내용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보도된 주 제목들이 “14년된 청사 헐 이유없어 납득안돼”, ‘마천루 계획’파문 재정악화.난개발 부추길 우려, ‘선거앞둔 급작스런 발표’ 등… 제목만 봐서도 부정적 내용 일색이다.
이처럼 안양시가 현 청사부지에 100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상당수 시민들이 냉정하고 싸늘한 눈빛을 보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기자가 만난 지역 시민단체 한 회원은 “이 시장이 밝힌 100층짜리 초고층 청사신축 계획은 선거용이라는 비판 이외에도 난개발·조망권 훼손·실현가능성·재정난 등 갖가지 논란거리만 양산하고 있다, 그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재선 도전이 확실시 되는 이 시장의 ‘100층 신청사’발표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상당수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필운 시장이 선거를 의식해 개발계획을 성급하게 발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필운 시장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공사비 전체를 혈세가 아닌 민자나 외자로 충당하며 건물 대부분을 비즈니스센터와 시민 문화공간 등으로 사용하고 극히 일부분을 시청사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으로 호화청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공자의 말씀처럼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라. 빨리 하려 하면 일이 잘 되지 않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얘기를 가슴속 깊이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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