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진
향군 안보전략연구위원
매년 수천 명의 직업군인이 군복을 벗고 제2의 삶에 도전한다. 이때 재취업과정은 막막·절실함의 연속이다. 이들의 사회적응과 재취업 수준은 현역 군인들에게는 사기 증진을, 정부·軍에게는 무한의 신뢰와 사회에서 필요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국방부(국방전직교육원)와 국가보훈부(제대군인지원센터), 고용노동부에서 재취업 지원을 적
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음도 이러한 정책·제도적 측면의 성과 창출과 무관치 않다.
현실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국가를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한 직업군인은 전역한 이후 군인연금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20년 이상 복무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기에 매년 사회로 복귀하는 전역자 중 연금수령자는 평균 20% 미만이다. 더욱이 남아있는 개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고정소득이 없는 단기·중기 복무 후 제대한 군인들은 안정적인 수입 때문에, 연금수령자는 자녀 교육 등에 따라 늘어난 가계 지출 때문에 재취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복무 기간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 또는 경력(경쟁력) 부족으로 인해 재취업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기업에 신입 공채는 불가능하고, 경력 채용은 해당 직종의 민간 경력자들과 경쟁해야 하기에 절박한 현실로 내몰리게 된다. 이때도 현역에서 복무한 경력은 대다수 민간 분야 직종과 연계하기 어려워 민간 직위로 재취업할 때 상당한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은 보안 및 특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군사기업(이하 PMC)을 포함하여 제대군인 경력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직업군이 상당수다. 반면에 한국은 PMC 자체가 없는 데다 군내(軍內) 군무원 직위도 소규모여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논단에 게재된 “국방전직지원 실태와 정책방향”에 의하면, 군내 일자리 진출률은 영관급이 35.4%였지만, 준·부사관은 6.3%에 불과했다. 더욱이 영관급 장기복무자는 사무·전문직 진출 비중이 높았지만, 준·부사관은 경비·경호·운송·생산직이 대다수다. 이는 현역 당시의 직책·직급·경력과 맞닿아 있다. 단기·중기 복무자의 경우는 중간관리자로서 영관급 장교와 비교할 때 현장 업무 부담이 많아 재취업 준비를 위한 교육·경력(자격증) 취득 등에 신경을 쓸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중·장기복무자들은 수명(受命)의식 강조로 사고방식이 유연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다. 이러한 연유로 제대군인들의 사회에 대한 적응력·자신감은 떨어지고, 재취업·소득 수준까지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재취업 성공 수기를 살펴보면, 근무 부대의 여건도 전직 준비에 상당한 변수(parameters)로 꼽힌다. 성실하게 복무하다 전역하는 군인을 배려해주는 지휘관(상관)·동료·후배군인들의 제대군인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보인다. <다음에 계속>저작권자 © 현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