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장·조계지 방문하며 인천의 근대문화 유산 새롭게 조명
9월이 시작되며 선선한 아침 공기가 가을의 문턱을 알렸다. 한동안 미뤄왔던 일들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 (사)아침을여는사람들(아여모) 회원들은 제물포구락부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새롭게 다가온 9월을 맞이했다.
아침을여는사람들은 인천의 지속적인 문화 발전을 지향하는 모임으로, 매월 첫째 주 월요일마다 정기 모임을 가진다. 이번 모임에서는 특별히 제물포구락부 인문 로드 투어가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인천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도보로 탐방했다.
이번 투어는 개항장과 조계지, 각국의 다양한 건축 양식을 탐방하며, 인천이 간직한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됐다. 참가자들은 인문학적 이야기와 철학적 사유를 나누며,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되새겼다.
중구 개항장에는 청국, 일본, 서양의 각국조계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외국인들이 치외법권을 누리며 자유롭게 거주하던 이 지역은 오늘날까지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제물포구락부는 서양인들이 사교 모임을 위해 지은 건물로, 인천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 중 하나다.
1883년 개항 후 서양 국가들은 인천에서 약 14만 평의 거주지를 할당받았다. 이는 일본과 청나라의 1만여 평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로, 서양 국가들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천의 근대문화 유산은 주로 일본의 영향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서양 국가들의 이야기는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이번 투어는 이러한 점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됐다.
'시민愛집'은 과거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됐던 인천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다. 또한, 남부교육지원청 자리는 과거 인천교육청과 북한에서 피난 온 학교들이 있었던 곳으로, 일본 절 묘각사를 허물고 세워져 인천의 역동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제물포구락부 주변은 한때 인천시청과 교육청 등 주요 기관이 자리한 번화한 지역이었으나,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중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인천시 행정체제개편을 통해 중구와 동구를 합친 '제물포구'가 2026년에 출범할 예정이다.
‘제물포구’라는 명칭은 인천의 옛 도시 이름을 되찾는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 과거 이곳은 개항의 중심지이자 국제적 도시로 번성했던 곳으로, 제물포구의 출범은 인천의 역사적 명성을 부활시키고 잊혀진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투어를 기획한 아여모 백락운 회장은 “인천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과 재조명해야 할 문화적 스토리가 풍부한 도시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발굴하여, 인천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 르네상스의 부활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구본형 회원은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토박이로서 오랜 시간 인천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이번 투어를 통해 개항장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됐고, 인천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투어는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여정이었다. 제물포구락부와 그 주변을 거닐며 인천의 풍부한 역사와 가능성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시간여행을 통해 인천의 역사적 가치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으며, 이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박신숙 기자 ssp4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