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철
중앙대 명예교수인간의 출생은 경이(wonder)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1941년 11월 5일 출생했다. 내가 출생한 지 32일 후인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해 세계 2차대전이 발발했다. 당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진주만이 폭격을 당한 다음 날 연설에서 “12월 7일은 미국인에게는 영원히 불명예스럽게 살날(a date which will live in infamy)이라고 했다.
내가 ”진주만 폭격을 잊지 못하고 내 출생과 관련해 경이의 사건”으로 내 마음 판 깊게 새기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영어 선생이 있었는데 이름은 지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는 매우 열성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내가 중학교 시절인 1950년대 영어 선생들은 주로 문법과 해석 위주로 가르치고 영어를 우리말로 해석하는 식으로 가르쳤는데 내가 만난 이 영어 선생은 원어민과 같이 영어 회화 위주로 가르쳐 신선한 맛을 주었다. 우리 영어 선생은 어느 날 강의 시간에 다짜고짜, 칠판에 영어로 “Remember Pearl Habor”라고 크게써놓고 이것은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뜻이 아니고 “진주만을 잊지 말라”로 번역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진주만 폭격 일자인 “1941년 12월 7일”을 잊은 적이 없으며, 진주만 폭격과 2차대전 그리고 나의 출생 일자를 연관시키며 살게 되었다. 우리 영어 선생은 그리고 어느 날 강의 시간에 San Francisco란 단어를 크게 써놓고 악센트가 샌프란 “시”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씨”라고 힘주어 발음하던 순간이 지금도 잊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영국의 소설가이며 언론인인 Daniel Defore (대니엘 디포)에 대해서도 악센트가 De(디)가 아니고 fore(포)에 있어 여기에 힘주어 발음해야 원어민이 알아듣는다고 강조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역사에 관심이 있으며 둘째는 영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는 영국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그리고 국제적인 안목과 영어 공부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영어신문인 코리아 헤럴드를 구독하고 있다. <다음주에 계속>저작권자 © 현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