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며 베푸는 삶
나누며 베푸는 삶
  • 현대일보
  • 승인 2024.07.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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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 철
중앙대 명예교수

 

부와 같은 재물에 있어서는 청빈 사상과 청부 사상이 있다. 청빈사상은 가난하면서도 깨끗하게 사는 것을 말하고 청부 사상은 부자로 깨끗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부자로 깨끗하게 사는 것은 부를 축적하거나 소유하기 보다 나누며 베푸는 삶을 말 한다. 불교는 청빈 사상 쪽이고, 기독교는 청부 사상 쪽이다. 기독교 중에도 가톨릭은 청빈 편이고, 개신교는 청부 편이다. 

청부 사상 쪽으로 대표적인 인물로는 빌 게이츠와 위런 버핏이 등이 있다. 2009년 게이츠와 버핏은 억만장자들을 초대해 “더 기빙 프레지 (The Giving Pledge)” 운동을 시작했다.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해야 회원이 될 수 있는 기부클럽이다. 2009년 40명으로 출발해 2021년 현재 25개국에서 219만 명이 이 클럽에 가입했다. 가입자의 75%가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이다. 

한국에서도 최초로 카카오의 김범수 회장(55세)과 김봉진(45세) 배달의 민족 창업자가 2021년 2월 기부자 클럽에 등록하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사회와 국가에 신선한 감동과 감격을 주었다.

철학은 청빈 사상을 강조한다. 자연주의 철학자인 헨리 소로는 청빈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단순하고 빈곤한 삶”을 살았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철학교수는 있어도 철학자는 없다(with respect to luxuries & comforts, the wisest have ever lived a more simple & meagre life than the poor. In this sense, there are nowadays professors of philosophy, but not philosophers). 

이런 청빈 사상의 대표적인 예가 알렉산더 대왕과 철학자 디오게네스와의 대화에 나온다.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방문했을 때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는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대왕은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당신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줄 수 있는데. 그러시다면 몸을 좀 비켜서서 폐하의 그림자를 치워 주시겠습니까? 그야말로 “청빈의 극치”를 보여 주는 대화이다. 

자신에게 오는 불행의 조건을 행복의 조건으로 바꾸어 이웃과 사회에 행복을 나누어 주는 것도 지혜이고 행복이다. 말하자면 불행한 경험을 겪은 것이 전혀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 지혜이고 행복이다. 102세의 철학자인 김형석은 일제하에서 평양 숭실중학교 3학년 시절 신사참배를 거부해 1년 간  자퇴했다. 

그는 갈 곳이 없어 평양 시립도서관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독서를 했다. 이렇게 1년 휴학하는 동안 독서를 통해 오늘의 그가 있게 되었다. 그 독서가 그를 정신적으로 키워주고 철학도로 수필가로 이끌어 주었다고 했다.  

인생을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살기위해 필요한 것은 청년기에는 용기와 노력, 장년기에는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80대 중반 이후의 노년기에는 지혜이다. 눈에 보이는 몸은 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는 연령과 더불어 익어 간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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