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부름받아 정치 입문 … 10여년간 정치 공백
11월 그동안 품어온 생각 세상에 알릴 것…부평서 봉사
재외동포청 유치 뿌듯…세계로 뻗어가는 교두보 마련
건전한 선진사회·보수 정신 구현하는 정치인 되고 싶어
[박신숙 기자] 벌써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총선 모드로 돌입했다. 이른바 공천 경쟁 신호탄이 될 예비 후보 등록일이 12월 12일인 걸 감안하면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미 시작된 셈.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원외)들은 기존의 지역구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표밭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로 정치권 진입을 모색하는 정치 신인들은 그 기회조차 쉽지 않다. 본지는 ‘자천타천’으로 내년 총선 물망에 오른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포부를 들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이른 아침인데도 상기된 모습이 역력하다. 평소답지 않게 더운 여름날 짙은 감색 슈트에 넥타이까지 착용이라니.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에 대한 부담일지도 모르겠다. 평소 캐주얼에 편한 신발 차림의 조 수석답지 않은 차림이었지만 간지나는 슈트핏이 신선했다.‘어공’(어쩌다 공직을 맡게 된 비정규 공무원을 지칭하는 말) 생활 반년 차, 조용균 인천시 정무수석을 만났다.
◇ 부장판사에서 ‘5년간 피선거권 박탈’까지
- 인천의 명문, 부평고 출신으로 알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의 초·중·고를 졸업했다. 특히 부평고 제5회 졸업생이란 자부심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부평고는 선발 모집했던 학교로 인천의 역량 있는 수재들의 집합소였다. 그들과 학교생활을 같이 한 부분은 지금껏 삶의 큰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고향인 인천에서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법치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과 상식을 가진 선량한 사람들이 적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 인생에 있어서 쓰라린 부분이 있다던데.
“살면서 두 번의 쓰린 기억이 있다. 하나는 대학 입시에서의 두 번의 낙방 경험이다. 그러다가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성균관대 법대는 외려 행운으로 다가왔다. 그때 배운 유학 공부가 판사로, 변호사로,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지금 유익한 인사이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모 정치인 추문과 관련된 것인데, 재판과정에서 알고 있었던 내용을 이슈화한 것이 ‘허위 사실 유포’로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정치 인생의 발목을 잡은 사건은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다. 이 사건을 전후로 10여 년간 정치 공백의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 정치 입문 계기는.
“17대 대선 무소속 후보였던 이회창 대법관이 정치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의 부름을 받을 무렵 유정복 시장을 만나게 됐고, 당시 부평구청장 예비 후보로 나갔다가 후보에 밀리면서 유 시장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정무수석까지 이르게 됐다”
◇ 정무수석, 그 소회를 들어 봤다
- 지난 3월 민선8기 인천시 정무수석을 임명받았다. 그동안의 소회는.
“정무수석의 업무가 다양하나 주로 민원 창구 기능이 많다. 쉽게 해결되지 못할 분야나 시간이 필요한 민원 또는 민원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입법론적인 활동 등 종합적 분석이 이뤄져야 가능한 문제들을 주로 접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민원을 경청하고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해 다각적 소통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 어공 생활은 어땠나.
“우리가 늘공(늘 공무원이란 말로 정규 공무원을 지칭)이 아니기 때문에 어공이 하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 어공의 역할은 늘공들이 각자의 역할들을 잘 할 수 있게 자극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엣지 같은. 늘공이 중심이 되어 일하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
- 어공으로서 늘공에 대한 평가는.
“공무원이 두각을 나타내며 업무 수행을 할 수 있음에도 4년마다 지방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다소 소극적으로 임하는 부분이 아쉽다.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 사람이란 꼬리표가 붙을까 부담을 갖는 것 같다”
- 정무수석으로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정무적인 일을 하라고 임용되었는데 얼마나 만족스럽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시장의 몫이다. 다만 민원 처리 시 얼마나 시정 방향과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윤활유 역할 정도?(웃음)”
◇ With 유정복 정부
- 항간에는 유정복 시장의 그랜드 플랜이 더디다고 한다. 가까이서 본 정무수석 입장은.
“정책이란 게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바로 결과물로 현실화하려면 그에 따른 행정절차와 타 부서와의 조정 및 협력 등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제물포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플랜이 대표적이다. 이번 가을쯤 가시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민선 8기 주요 성과물은.
“그동안 방치되었던 6·8공구 사업과 로봇랜드 사업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고, 상상플랫폼도 시민에게 개방을 앞두고 있다. 10월부턴 영종 주민 인천공항 통행료 면제가 시행된다. 재외동포청 유치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단순히 기관 하나 유치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750만 재외동포와 대한민국 간 네트워크 중심에 ‘인천’이 우뚝 서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 상인들의 힘이 인천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이 세계로 뻗어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 재외동포청 유치에 이어 고등법원·해사법원 유치에도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어떤 결과를 예상하나.
“전국 광역시 단위에서 고등법원이 없는 곳이 인천과 울산 둘뿐이다. 울산은 인천에 비해 경제 규모 등에서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인천이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법원·검찰도 찬성 견해다. 다만 예산확보가 문제인데, 시간적 지체는 있을지언정 시행엔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 해사법원 유치도 고등법원과 같은 논리인지
“그렇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국임에도 아직 국내에 해사법원이 없다. 인천이 수도권 거래량의 60%를 차지하고, 인적·교통 인프라에서도 최적지다. 해상 재판으로 연간 2천억~6천억이란 해외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유치하는 게 필요하다”
- 유 시장 취임이 1년이 넘었다. 남은 임기 동안 유 시장이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민선8기 3대 시정 핵심 가치가 균형·창조·소통이다. 무엇보다도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천은 첨단을 달리는 현대적인 도시와 아직도 주거 환경과 경제 여건이 열악한 원도심이 공존하고 있다. 도시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져야 인천시민이라는 결속력과 창조성이 강화되어 세계적인 도시는 물론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제물포르네상스·뉴홍콩시티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 앞으로의 계획, 내년 총선 출마?
- 내년 총선 출마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전에 다른 언론기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정무수석을 그만 둘 생각이다. 총선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또 결국 인천시정이라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즉 인천시정을 위해서 여의도 정치권 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유정복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원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정치적 멘토로 이회창 전 대법관과 유정복 시장을 들고 있다고.
“현재 지금이 있기까지 큰 영향을 미친 분이 이회창 대법관과 유정복 시장이다. 두 분의 바른 정치 궤적이 나의 정치 방향의 등대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 지역에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지역에 기반한 교육 기관을 통해 배출된 인재에 대해 지역 구성원들은, 그들이 지역발전에 헌신함으로써 지역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부평고를 졸업한 사람으로 당연히 부평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건전한 선진사회를 이룩하는 건전한 보수 정신을 구현하는 정치인, 미래세대에 모범이 되고 염치를 아는 정치인, 물러날 때를 아는 정치인으로 각인되고 싶다”
-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서 지역 활동은.
“현재 정무수석으로 여느 정당인들처럼 본격적인 지역 활동을 할 수 없다. 더구나 현역이 아닌 이상 사전 선거 의혹이 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유정복 시장이 보수정당 출신으로 부평·계양·서구가 상대적으로 취약 지역이어서 이 지역에 대한 정무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살피는 게 민선8기 정무수석이 해야 할 업무 아닐까. 그 정도다.
- 내년 총선을 준비하려면 곧 정무수석을 그만둬야 할텐데 그 시기는 언제쯤일지.
“어차피 어공인데 따로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늦어도 10월 말을 염두에 두고 있다. 11월에는 그동안 품어온 생각들을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코로나 상황 이전에 쓴 책인데 알릴 기회가 늦어졌다.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라’의 책을 통해서다”
◇ 인터뷰를 나가며
조용하지만 차분한 어조로 시종일관 담담히, 간혹 스타카토 음성이 더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평소 그가 주창한 정직한 신뢰감이 묻어난다. 부평고-성균관대-부장판사-변호사 등 엘리트 코스로 일관해 온 사람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서민적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화려한 이력 이면의 10여 년 정치 공백은 그의 정치 인생의 깊은 담금질이 되었다고 되뇌이는 모습에서 연민마저 느껴졌다. 그의 비상(飛上)을 기대한다.
조용균은 누구인가
1960년 인천에서 태어나 송현초·동인천중·부평고를 거쳐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육군 소위로 군 복무를,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석사를(LL. M 취득), 성균관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제17대 대선 이회창 후보 인천시 선거연락소장을 맡으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전 법무법인 로웰 대표변호사, 박근혜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특보를 역임했다. 현재 민선8기 인천시 정무수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