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蔘 스마트팜 농법’부농 꿈꾼다
‘새싹 蔘 스마트팜 농법’부농 꿈꾼다
  • 박신숙
  • 승인 2023.05.30 15:39
  • icon 조회수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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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농부’황우덕 前강화인삼농협조합장

ICT 기술 활용 시간·공간 제약 없이 최적화된 환경 조성
20일 만에 생육되어 출하…4~6년근 인삼 효능과 맞먹어
잎·줄기 4년 이상 재배한 인삼보다 사포닌 성분 더 많아
디저트, 쌈 요리, 새싹인삼주·장아찌…가공식품 판로 확대
피로 해소, 피부 질환 치유, 암 예방, 당뇨, 혈압 관리 효과

 

4선 조합장에서 이젠 스마트팜 농부로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인삼산업이 이미 종착역에 와 있어요. 누가 먼저 망하고 누가 늦게 망하느냐의 그 차이일 뿐이지, 일본과 같이 결국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말 거예요”

강화 고인돌 박물관 입구에서 새싹삼 스마트팜 농업에 전념하고 있는 농부 황우덕(65세) 전 강화인삼농협조합장의 말이다.

황 전 조합장은 4선 조합장 출신이다. 강화에서 인삼농협조합장을 14년 역임했다. 퇴직 후 스마트팜 관련 공부를 시작하면서 새싹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때는 강화의 6년근 인삼이 명성을 날리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인삼산업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황 전 조합장의 고민이 커졌다. 조합장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인삼산업의 내리막길만은 어떡하든 막아보고자 나름의 사투를 벌였었던 기억을 주섬주섬 풀어놓았다.

 

강화군의 명물이었던 인삼산업이 위축되면서 지역민들이 조금씩 떠나가고 지역이 고령화 현상과 함께 생산성 감소로 이어졌다. 지역민들의 소득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의 위축된 현실을 마냥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황 전 조합장의 되뇜이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 중의 하나가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 현상이다. 특히 농촌이나 도농 복합도시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새싹삼 스마트팜으로 농가소득 증가

황 전 조합장은 현재 특수 재배 시설을 갖춘 강화의 스마트팜에서 새싹삼 재배와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 변화와 노동력 절감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팜 농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재배방식으로 언제든 새싹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황 전 조합장은 “스마트팜 농업이야말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민의 고용 창출과 농가소득을 보장할 만한 획기적인 묘안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스마트팜 농법으로 재배된 새싹삼은 20일 만에 생육되어 출하되는데, 이는 4~6년근 인삼 효능과 맞먹고, 생육 및 출하 주기가 짧아 단기간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마트팜 전문가인 안기대(선문대 산학협력단 창업과정 출강) 대표는 “노지에서 키우는 인삼은 수온 상승 현상이 지속되고, 노동력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면서 “인삼산업도 노동 집약에서 스마트팜과 같은 기술집약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무공해 청정인삼 생산을 통한 화장품이나 의약품 개발 등 기능성 인삼 개발에 적극적인 연구와 관심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 농업은 ICT 기술을 활용해 시간·공간 제약 없이 최적화된 생육 환경을 조성해 수확시기나 수확량을 예측하는 최첨단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이로써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 노동시간 감소로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새싹삼 재배과정

강화인삼은 고려인삼의 원산으로 고려 고종(1232) 때가 그 기원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삼의 본거지인 개성 사람들이 이곳에 피난 내려와 1953년부터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됐다고 한다. 인삼은 기후, 토양 등 환경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적지이며, 그중 강화군은 6년근 인삼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강화인삼은 인삼 생육에 적합한 점질 토양과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풍과 긴 일조시간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재배되어 수년간 지역 특산물로 명성을 지녀왔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선물용 매출 감소, 인건비 상승, 정부 지원 미비 등으로 인삼산업 자체가 붕괴 수준까지 급락했다.

새싹삼은 사포닌 함량이 많고 높은 영양 가치로 주목받지만, 그동안 재배 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새싹삼은 수경·담수 재배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재배과정에 인삼이 터지고, 질병에 노출이 잦으며, 부패하기 쉬워 균에 감염되는 등 일반인이 재배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상토 문제와 묘삼 종자 공급 또한 원활하지 못한 데다 보관의 어려움이 많아 경쟁력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황 전 조합장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선진 농법을 구현하고자 선문대학교 아산캠퍼스까지 왕래하면서 8주간의 스마트팜 강의를 수료했다. 그의 대안은 스마트팜 농법으로 새싹삼을 재배하는 것.

새싹삼은 굉장히 예민한 작물이기 때문에 적정 환경을 유지하지 않으면 키우기 어려운 작물이다. 황 전 조합장은 “스마트팜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동 시스템을 통해 수분 공급과 LED로 식물을 성장시킨다”면서 일정한 생육 환경에서 재배되어 그 효능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새싹삼의 가공식품 등으로 판로 확대

최근의 경기보건환경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새싹삼의 잎과 줄기가 4년 이상 재배한 인삼보다 항암·면역력 향상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사포닌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새싹삼은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 함량이 높고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까지 먹을 수 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데다 가격도 저렴해 이를 활용한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 중이다. 음식점의 디저트 및 쌈 요리, 새싹장아찌, 새싹삼 분말을 이용한 수제 막걸리, 새싹삼 커피 등의 가공식품이 있다.

최근엔 농촌진흥청 연구에서 새싹삼이 피부 주름 개선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탕으로 기능성 화장품 출하 등 사업 분야들이 넓어지고 있다.

관계자는 "새싹삼은 그대로 섭취할 뿐만 아니라 식·의약품과 화장품 소재로도 개발할 수 있어, 앞으로 인삼 농가의 소득 증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싹삼은 줄기와 잎 전체를 섭취할 수 있어 물로 씻어서 생식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 새싹쌈, 비빔밥이나 새싹삼 샐러드 등을 활용한 섭취도 인기가 많다. 또한 피로 해소는 물론 피부 질환 치유, 암 예방, 당뇨, 혈압 관리 등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스마트팜 메카로 강화의 옛 명성 되찾고파

황 전 조합장은 “강화군을 스마트팜 메카로 육성하고 싶다”고 했다. 강화지역을 스마트팜 단지로 조성해서 청년세대를 불러들이고, 지역민들을 직접 고용함으로써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강화의 옛 명성을 되찾고 싶다는 열망이다. 수도권에 인접한 지역적 특성 또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지역주민들 또한 황 전 조합장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우선 조합장으로서 농민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스마트팜 전문과정을 이수한 열정에다, 농협운영·유통구조의 현장에서 다년간 경험한 이력을 갖고 있다. 기대감이 큰 이유다.

최근엔 케냐, 가봉, 벨라루스 등의 국가에서 강화의 스마트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후나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재배가 가능한 스마트팜 농법에다, 한국 인삼의 효능을 잘 알고 이를 벤치마킹하고자 문의해온다고 한다. 근래엔 케냐 대사가 강화에 직접 다녀갔다.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한 K-농업의 붐을 기대해본다. K-POP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처럼.

/박신숙 기자 pss@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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