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들의 희생 추모 시간을 갖자
호국영웅들의 희생 추모 시간을 갖자
  • 현대일보
  • 승인 2023.03.24 15:56
  • icon 조회수 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누 리 

경기북부보훈지청 복지과

 

일 년에 국가기념일들이 며칠이나 있는지 아는가? 기념일은 여러 개별법률에 의해서도 지정되지만,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기념일은 53종 정도 된다. 1973년 3월 30일에 제정된 이 규정에서 정한 정부 주관 기념일의 경우, 기념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를 전국적인 범위로 행할 수 있고 주간이나 월간을 설정하여 부수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 53종의 기념일 중 하나가 바로 서해수호의 날이다.

 서해수호의 날은 2016년에 제정된 기념일로, 3월의 넷째 금요일이다. 2002년 6월의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의 천안함 피격, 같은 해 11월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서해 도발에 맞서 고귀한 생명을 바친 55인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세 사건 중에서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승조원 46명이 전사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가장 피해가 컸기 때문에, 날짜는 천안함 피격 사건(2010년 3월 26일 금요일)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제2연평해전은 2002 한일월드컵이 한창일 때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해 온 북한 경비정 2대와 25분간 교전한 끝에 국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 당한 사건이며, 천안함 피격은 2010년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나서던 천안함이 불의의 습격을 받아 침몰한 사건이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해 11월에는 북한군이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를 향해 기습적으로 방사포 등 170여 발을 쏘는 사건이 있었다. 천안함 피격은 6·25전쟁 이후 발생한 북한의 도발 가운데 우리 군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비극적인 사건이었으며, 연평도 포격 도발은 휴전 이후 북한이 군함이 아닌 영토로 포격을 가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서해수호의 날을 알고 기념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보니 한국사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을뿐더러 피해 지역도, 피해 규모도 다른 큰 역사적인 사건들에 비하면 작고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념일로 제정된 지 아직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각각의 사건은 알더라도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되어 기념되고 있는지, 서해수호의 날이 언제인지와 같은 ‘서해수호의 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해수호의 날 자체의 의미까지 작다고 볼 수는 없다. 휴전에 들어선 지 오래되어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쟁의 위험에서 온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해수호의 날을 제정하여 기념하는 것은 55인 호국영웅들의 희생에 대한 추모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보 의식을 북돋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기 위함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는 국민으로서, 서해수호의 날(올해는 3월 24일) 하루만이라도 우리가 여전히 전쟁의 위험 속에 있음을 생각하고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