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공’과 ‘어공’
‘늘공’과 ‘어공’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3.03.13 15:39
  • icon 조회수 5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정 현

성남/국장대우

 

공직사회의 은어 중에 늘공과 어공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늘공이란 9급이나 7급 공채로 시작해서 정년 퇴직까지 공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늘상 공무원'을 말하고, 어공은 선거에 승리한 새 시장에 의해 채용된 '어쩌다 공무원'의 줄인 말이다.    

민선 자치정부가 생기면서 소수의 어공은 항상 늘공위에 군림했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를 위한 인수위가 시작되면서 부터 어공들은 점령군이 되어 '민원'이라는 미명으로 늘공을 압박하는 일은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성남시 대중교통과 최홍수과장은 분당의 마을버스 노선을 결정하는데 시장실 어공들의 뜻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당시 마을버스 노선 결정은 담당 과장 결재 사항이었기에, 뚝심있는 최과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 무혐의로 징계 철회를 받았지만, 이권에 매수된 어공들에 의해 한직으로 좌천되고 동료와 후배들이 승진할때 늘 탈락하는 등 온갖 수모를 당하다가 퇴직 전 공로 연수를 몇개월 앞두고 스트레스에 의한 뇌출혈로 결국 순직했다. 

"저는 공무원으로써 주어진 일을 했는데 검찰 수사는 억울합니다". "주변 측근들을 잘 관리하세요"라고 유서를 남기고 지난 9일 이승을 등진 전형수실장은 약관 19세에 공직을 시작 39년만에 성남시 최초로 3급 부이사관이된 전형적인 늘공이다. 개인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격으로 부하 직원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 처럼 돌봐주는 탓에 공직사회에서는 맏형으로 불린다"라고, 본 기자가 취임 프로필 기사를 써 준 기억이 새롭다. 이분도 마지막까지 어공을 경계했다.  

이처럼 짧으면 1. 2년 길어야 8년짜리 어공들은 시에서나 산하 기관에서 정책과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군림했다.

그 결과 성남시 민선 시장 중 3명은 전과자로 고인이됐고, 한명은 현재 수감생활 중이며, 또 한명은 중대 피의자로 검찰청과 법원을 들락거리면서 연일 대한민국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12년간 성남시 청사 벽에 쓰여있던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아름다운 구호는 "죄인이 시장입니다"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진 어공의 위세도 늘공을 이기지는 못한다.

어공들이 자신의 주군을 감옥으로 보낼때 늘공들은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다. 

전국 기초단체 중 재정자립도 최우수, 살기좋은 도시 5위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은 성남시 공직자들이 정치적인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시민을 위해 묵묵히 할일을 열심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신임 신상진시장의 청렴성은 이미 잘 알려져있어서, 역대 시장님들의 불편한 얼굴을 93만 성남시민이 더이상 볼일은 없을것이다.     

고인이된 최과장과 전실장을 새삼 애도하며, 어공에게 감히 맞서지는 못하더라도 할일은 하고 할말도 하는 늘공이 많은 공직사회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