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비극’… 생각 전환 필요
‘수원 세 모녀 비극’… 생각 전환 필요
  • 현대일보
  • 승인 2022.08.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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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장대우 고중오

 

수원시의 한 다세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는 세 모녀의 비극은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의 비극을 연상케 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당시 전 국민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세 모녀는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경찰은 시신의 상당한 부패로 신원확인이 어렵지만 해당 주택에서 살던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암치료를 받는 중이었고 두 딸 역시 희귀 난치병 등을 앓았고 여기에 건강보험료도 체납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의 사업부도와 별거, 자녀들의 희귀병, 열악한 일자리에서의 산재, 급기야 가장에게 암까지 잇따라 찾아온 이 가족에게 대한민국 복지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비극이 있을 때 마다 정치권은 앞 다투어 찾아낼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호들갑을 떠는 데는 거의 프로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복지를 약자복지로 바꾸고 빈곤층을 잘 찾아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챙길 것을 주문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빈곤층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지사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핫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 비극을 예방하는데 대안이 될 수 없다. 송파 사건 때도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땜질을 해도 다른 곳에서 구멍이 터지고 있어 손 쓸 도리가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도 전입이 안 된 분들은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에 노출됐다.

콜센터를 설치해도 전화조차 걸지 못하고 주민센터에도 전화를 못 거는 이들이 직접 도지사에게 전화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불행의 양상에 행정은 언제나 무력해 왔다. 특히 추심이 무서운 이들은 전입을 할 수 없고 관공서와 얽히는 것도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세 모녀의 사례처럼 불행은 연쇄되어 덮쳐오는데도 불구하고 소득 자산 연령 장애여부 부양자 직업 결혼여부 등등 온갖 수급기준에 도와주려는 융통성이라고는 없다.

지자체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복지대책을 내놓아도, 세금을 허투루 쓴다는 시선 때문에 자격심사를 강화하고 여기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은 아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하더라도 탈락한다.

특히 대상자를 촘촘하게 찾아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을 뿐더러 업무가 과도한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며 그렇다고 완벽히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극단적인 선별복지의 강화는 재원자체를 절약하려는 생각으로 연결되고, 재난지원금은 국민을 가르고 분열시키며, 이들이 세금을 낭비하는 존재로 격하시키곤 한다. 이는 조건 없이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다. 

한번 생각해 보자. 현 정부처럼 고소득자와 대기업,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과세 감면을 시행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돈을 이들의 통장에 송금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의 소득공제를 절반으로 줄이고 토지세와 탄소세를 포함한 조세개혁을 동반한다면 월 3-4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은 가능하다. 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복지사각지대의 국민들과 복합적으로 닥쳐오는 삶의 위기 속에서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방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과거에 얽매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며 선별복지의 강화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왜 모르는가. 돌아가신 세 모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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