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잊은 기초단체장에게 告한다
예의 잊은 기초단체장에게 告한다
  • 현대일보
  • 승인 2022.08.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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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김정겸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기초단체장들이 일제히 7월1일자로 취임식을 갖고 1개월이 흘렀다. 그들은 치열한 선거과정을 통해 당선이 됐으며 충분히 축하를 받을 만하다. 선거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시민에게 대하는 예의를 보고 시민이 표를 주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의 행보에 초심을 잊은 단체장이 지역정가에서는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인간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예의(禮義)로써 그들의 행보상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생활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을 뜻하는 예의(禮儀)와 내면의 완성을 의미하는 예의(禮義)는 한자상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철학적 의미를 심오하게 품고 있는 예의(禮儀)는 “행동(儀)이 예절(禮)”에 맞는 다는 것이다.  儀를 파자하면 사람(亻)과 옮음(義)이 어우러져 있다. 인간 마음(心)의 바른 상태를 살피고자 하는 이기론(理氣論)적 접근으로 보면 예의(禮義)는 인간내면을 드러내는 체(体)이며 예의(禮儀)는 겉을 나타내는 용(用)에 해당된다. 즉, 義를 바탕으로 儀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말과 행동하나 하나에 그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첫인상이 4년 재임기간동안 그의 성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예를 들면 취임 첫 행사부터 그 사람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됨됨이가 회자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취임식과 같은 어떤 행위(儀)에 있어 禮(etiquette)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식은 행정적 공식행사의 첫 출발이며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이다.

당선된 단체장 일성이 “소통”하겠다고 한다. 소통은 상대가 있는 것이므로 영어로 ‘communicate with’라고 표현한다. communicate는 ‘com (함께) + mun(나누다)라는 의미가 있으며 with 역시 ‘함께’, ‘더불어’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의사소통은 일방이 아니라 쌍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취임식에서의 자신만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일방적 의사소통은 지시, 명령, 통제의 행정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공서를 관청(官廳)이라 한다. 관청의 廳은 ‘듣는다(聽)’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시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청의 장은 우선적으로 남의 말을 들(聽)어야 한다. 취임식은 축하하러 온 내. 외빈의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리이다. 자신의 목소리는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사이의 의사소통의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 자신의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불통을 보여주거나 그간의 억눌림을 심리적으로 보상받기 위한 병폐적 행동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작은 공동체이다. 그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데 있어서 단체장의 말과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간의 정치적 역정 등을 통해 형성된 갈등적 정치관이 때로는 그 지역을 갈등으로 내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지역의 중요한 인물이며 큰 정치적 자산인 인물과의 정치적 갈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어 축사에서 제외시킨다든가 하는 행위는 듣기를 거부하는 행위로 결국 지역공동체의 화합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인간(人間)의 의미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인(人)은 사람 두 명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며 間은 “사이”라는 뜻으로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가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은 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仁도 사람(亻) 두 명으로 이루어 진 단어이다. 그러므로 仁은 사랑과 따듯함이 어우러져야 나오는 것이다. 단체장은 행정가로써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정무적 감각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예의(禮儀)가 없는 예의(禮義)가 없는 사람이다. 예(禮)를 통해 올바름(義)을 추구해 나가는 단체장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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