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은 ‘벼슬’이 아니다
기초의원은 ‘벼슬’이 아니다
  • 현대일보
  • 승인 2022.07.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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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장대우 조희동

 

기초의원이란 자리가 그렇게 높은 벼슬이 아님에도 허세를 부리며 착각 속을 깨어나지 못하는 기초의원들이 있다.

시민들도 의원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그들의 신분을 격상시킨다.

이러한 호칭과 신분 격상에는 의원 개인의 소양과 자질, 무한한 책임감이 함께 뒤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초의원이란, 4년의 임기를 가진 선출직으로서 지역민을 대변하기 위한 머슴의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의원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며 자세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소양과 자질보다는 오만함이 앞서고 있어 문제다

지난 4일 개원과 함께 제229회 임시회에 들어간 옹진군의회가 이러한 단면을 보여 주듯 의회 개원과 더불어 취임 하루만인 지난 5일부터 당선된지 고작 1개월여만에, 군정의 주요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수십년을 공직생활로 잔뼈가 굵은 4급 서기관과 5급 사무관에게 말도 안되는 지적과 호통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자 공직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들에게 지적을 하고 업무를 감시하려면 최소한 해당 부서에서 무슨 업무를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충분히 공부하고 숙지한 다음 질의를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공직자에게 업무 내용을 겸손한 자세로 자세하게 물어본 다음 자신의 의견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여 공직자에게 공감이 되도록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의 업무는 언제나 법과 규정에 따라 예산이 수반되어야만 그 사업과 업무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의원 배지를 단지 겨우 2일 된, 초선의원이 공직생활 20~30년된 4~5급 공직자에게 이왕에 주는 예산이면 더 많은 예산으로 제대로 하라고 호통을 친다. 

공공예산이 무슨 엿장수 엿가락처럼 더 주고 싶으면 더 주고, 주기 싫으면 안주는 그런 물건값으로 알고 있는 옹진군 초선의원에게 옹진군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군민으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군청 실-과장들을 군의원에 당선되자 마치 아랫사람 다루듯 함부로 대하고, 알지도 못하는 업무를 엉터로 지시, 간섭하는 등 시작부터 꼴사나운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농업대학이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면서 농업대학을 처음 들어본다고 농업대학에 대해 질의하는 행위가 어불성설이며 자질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초의회는 정치 입문자들이 시행착오를 겪어도 괜찮은 ‘정치실험실’이 아니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유권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부대끼는 ‘정치의 최전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9대 초선 기초의원들이 명심해 주었으면 하는 몇 가지만 간추려 당부해 본다. 첫째는 ‘알아야 면장을 한다’이다.

의정 경험 없는 ‘초보 의원’이라는 이유로 무능과 게으름이 용서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초의원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조례 제정이야말로 지역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기초의회의 최우선 기능이다. 공부해야 한다.

둘째, 기초단체장 역시 초선이다. 이들 역시 행정 경험 및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기초의회마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군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조례안을 발의하는 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지 않으면 조례 발의는커녕 노련한 공무원들에게 번번이 설득당해 말 한마디 못 하고 4년 허송세월하기 십상이다.

셋째, 정치인에게 초심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초심은 듣기 좋은 말로 치장하거나 위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순수함이기도 하다. 때문에 초심을 받아들이는 주민들의 마음도 너그럽고 관대하다. 그 초심을 유지하는 게 정치활동, 의정활동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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