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실천덕목 중 하나인 몸 보시
불교의 실천덕목 중 하나인 몸 보시
  • 현대일보
  • 승인 2021.08.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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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중 오
고양주재·국장대우

 

불교의 실천덕목 중 하나인 보시는 원래 세 가지를 꼽았다고 한다. 재물로 베푸는 재시와 부처님의 진리를 가르쳐주는 법시, 그리고 두려움과 어려움으로부터 구제해주는 무외시가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보시의 범주도 넓어졌다.

꼭 이들 세 가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시간을 이웃과 나누는 것도 모두가 보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에서는 남에게 늘 환한 얼굴을 보이는 것이나 따뜻한 마음, 봉사하는 자세, 양보정신, 주위를 깨끗하게 하는 것도 모두 보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보시는 불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외국에 비해 아직은 열악한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조금씩 ‘보시문화’가 싹트고 있다. 수입의 1%를 나눔의 실천에 쓰거나 유산의 10%를 이웃을 위해 내놓자는 캠페인 등이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 팔순 노인이 평생 폐지를 주어서 모은 전 재산을 이웃을 위해 쾌척한 것을 우리는 보았다.

또 30년간 노점상으로 일군 전 재산인 연립주택을 대학에 기증한 할아버지도 있었다.

이 뿐인가 경남 양산 통도사의 도우스님은 말기 간경화 환자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줘 세상을 훈훈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자신의 몸 일부를 내 준 것이니 ‘몸 보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환자복을 입고 해맑게 웃고 있었던 천사 같은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비의 마음으로 베푼다는 보시정신을 몸소 실천한 스님의 선행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다.

스님은 이전에도 신장질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도 했던 그는 혈액암 환자를 위해 골수기증 신청까지 해 우리 보통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들처럼 재산이나 자신의 몸 일부를 내놓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선행이 공개되는 것을 거북해 한다.

도우 스님도 처음에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고 연립주택을 내놓은 할아버지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며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이들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보시라는 믿음이 현실에서 깨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그만 일을 해놓고도 생색내기에 바쁜 이 땅의 속인들에 비하면 그들의 정신은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하다.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나이는 57세라는 외국의 한 조사결과가 나온 것을 봤다. 자기 행복지수를 100점 만점에 76점으로 가장 높게 매겼다. 이들은 행복한 이유로 둘을 꼽았다. 자식들이 성장, 독립해 집을 떠났다.

또 재산을 처분할 때 걸림돌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이며 자식이라는 짐을 벗고 홀가분하게 삶을 즐길 때가 왔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생에서 가장 짐스러운 때라고 탄식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노후 가장 큰 부담은 자식이 되는 셈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경매 넘어가는 집의 대부분이 자식 빚 보증 서느라 집을 잡힌 경우가 있는가 하면 뼈 빠지게 가르치고, 기둥뿌리 뽑아 여의고, 집 장만해주고, 사업자금 대주고,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마지막 생명 줄이나 마찬가지인 몇 푼 안되는 노후자금까지 눈을 돌린다.

오죽 하면 자식이 집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면 무작정 받아들이지 말고 중립지대에서 만나 이야기 하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싶다. 비참한 말년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자식 앞에 장사 없다지만 부모와 자식사이의 범벅도 금 그어 먹으라는 속담이 있다. 쑤어먹는 풀 죽이라도 선을 그으려는 노력이 자식을 강하게 만든다.

탐욕과 부정비리가 만연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불교의 덕목인 보시를 실천하는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메마르지 않고 지탱되는 세상이 아닌가, 무더운 여름날 이마의 땀을 닦으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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