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사랑을 위해서 저를 버릴수 있었죠”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 저를 버릴수 있었죠”
  • 한인희
  • 승인 2009.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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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살을 살다간 풍운아 장쉐량, 짜오쓰여사와 ‘세기의 사랑’<하>

1936년 서북지역의 공산군을 공격하던 장쉐량과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장제스 간에는 중대한 의견의 차이가 있었다. 당시 장제스는 ‘먼저 내부를 안정시킨 이후에 외적(일본)을 물리쳐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장쉐량은 ‘먼저 외적(일본)을 몰아낸 뒤 내부의 안정을 도모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장쉐량은 장기간 국공내전을 겪으면서 자신의 고향이자 근거지인 중국 뚱베이가 일본 침략자들에게 점령되는 상황 하에서 “더 이상 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장쉐량은 ‘내전을 언급하면 내가 무척 괴롭다. 내전이란 오늘 싸우다가도 내일 좋아질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마침내 역사적인 1936년 12월 12일 장쉐량과 량후청은 시안(西安)에서 쿠데타를 발동하고 장제스를 구금하고 말았다. 이른바 중국 현대사의 ‘시안사변’이 발생한 것이었다. 장쉐량은 상관인 장제스에게 공산당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일치해 일본에게 저항하자고 압박을 가했다.
당시 장쉐량은 “공산당을 동정했던 것이 아니라 공산당을 공격하는 일은 중국인을 공격하는 일이니 그럴 필요한가?”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장쉐량은 장제스가 전략적으로 자신의 잠재적인 경쟁상대인 장쉐량의 동북군과 양후청의 서북군에게 공산당의 홍군을 공격하게 함으로써 양측이 다 피해를 입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장쉐량과 양후청의 장제스 쿠데타는 국제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의 <라이프> 잡지는 장쉐량을 ‘금주의 최악의 인물’이라고 악평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내의 각 파벌도 장쉐량과 양후청을 두둔하지 않았다.
장제스로부터 항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장쉐량은 장제스를 석방하기로 결정하고 그를 난징으로 보냈다. 이에 대해 장제스의 부인 숭메이링(宋美齡)은 매우 감동했다. 그녀는 장제스의 석방을 ‘국가에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장쉐량은 장제스에 대한 쿠데타 죄목으로 군법에 회부되었다. 재판장은 장시(江西)에서 위엔스카이에 반대해 봉기했던 리리에쥔(李烈均)이 맡았다. 장쉐량은 10년형을 받았지만 ‘특사’로 군사위원회로부터 ‘관속’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동북군과 서북군이 연이어 와해된 이후에 장쉐량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 1949년 대륙이 해방되기 전 양후청의 전 가족 4명과 부관, 비서 등은 국민당의 비밀 특무기관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장쉐량은 국민당을 비난했다. 장쉐량과 공산당의 접촉은 사실상 1936년 2월 9일에 있었다. 이때 동북군의 통제지역인 옌안(延安)에서 비밀리에 저우언라이를 만난 뒤 장쉐량은 “나는 저우언라이를 가장 존경한다. 그도 나를 존경했다”라고 평가했다. 장쉐량이 본 저우언라이는 “반응이 빠르고 몇 마디만 해도 금방 알아듣는 인물이었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했으며 마오쩌둥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저우언라이의 역할이 컸다고 회고 했다.
시안사변이후 장쉐량은 장제스를 직접 난징까지 호위해 보내주었다. 결과적으로 장쉐량은 이때로부터 50년 이상 연금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장제스는 장쉐량이 자살할 것을 두려워해 본부인이었던 위펑이나 또는 짜오쓰 여사 가운데 한 사람이 장쉐량의 옆에서 돌보도록 계획했다. 처음에는 짜오쓰 여사가 돌보다가 나중에는 위펑이 장쉐량을 접견하고자 해 짜오쓰 여사는 홍콩으로 보내졌다.
1941년 11월 장쉐량은 후난(湖南)성의 위엔릉(沅陵)에서 꾸이저우(貴州)성 쇼우원(修文)현으로 연금 장소를 이동했다. 이때 본부인 위펑은 유방암에 걸려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했다. 당시의 국민당의 정보국인 군통(軍統)국장이었던 따이리(戴笠)가 짜오쓰 여사에게 전보를 보내 꾸이저우로 와 장쉐량을 보살필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
전보를 받은 짜오쓰 여사는 주저하지 않았다. 장쉐량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깊었다. 장쉐량과 그녀는 이때로부터 평생 함께했다. 당시 그녀는 이제 겨우 10살이 된 아들을 미국에 있는 장쉐량의 친구에게 보내는 독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꾸이저우에서 장쉐량과 함께 연금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장쉐량의 최측근이 되었다. 따이리도 “장한징(張漢卿:장쉐량의 호)이 여복은 있구먼 그려!”라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1946년 11월 짜오쓰 여사는 장쉐량을 따라 타이완으로 철수했다. 대륙에 이은 타이완의 연금생활은 신쭈(新竹)에 있는 우에노(井上)온천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그들은 타이페이시의 교외 쓰린(士林) 지역에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장쉐량과 짜오쓰여사 사이에 태어난 아들 장뤼잉(張閭瑛)을 통해 미국에 살고 있는 본부인 위펑에게 이혼을 하자는 편지를 보냈다. 부친의 이혼 편지를 받은 장뤼잉은 2년이 지난 뒤에서 위펑에게 부친의 편지를 전했다. 오랜 기간 생각 끝에 위펑은 마침내 장쉐량의 요구에 회답을 하고 이혼 수속을 밟았다.
1964년 7월 4일 장쉐량과 짜오이띠(짜오쓰) 여사는 타이페이에서 결혼식을 거행했다. 그날 장쉐량은 청색의 긴 마과(중국 전통 옷)를 입었고 붉은 색의 굽이 나지막한 중국 전통 신발을 신었다. 머리칼은 온통 은빛이었지만 눈빛만은 빛나고 있었다. 이때 장쉐량의 나이는 64세, 짜오쓰 여사의 나이는 51세였다.
그녀는 이미 ‘지천명’의 나이였으나 여전히 곱고 아름다웠다. 혼례는 타이페이시의 미국인 친구 집에서 거행되었다. 주례인 미국인 목사 외에도 전장을 누빈 장위에쥔(張岳軍) 등 몇몇 오랜 친구둘이 참석했다. 정식 부부가 된 이후 이들은 36년간 함께 세월을 보냈다.
1991년 3월 10일 장쉐량 부부는 미국으로 건너가 딸과 친척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연금된 지 5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장쉐량 장군의 장기간 연금생활동안 짜오쓰여사는 그의 곁에서 평생을 돌보았다는 점이다. 그들이 함께 한 것은 70 평생으로 20세기 천고절창(千古絶唱)이었다.
짜오쓰 여사는 격랑의 세월을 겪으면서 장쉐량과 서로 사랑했다. 그들의 연금기간 동안 유일한 일은 독서였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사랑을 장쉐량에게 줌으로써 연금생활을 하는 그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었다. 이들의 삶은 20세기 가장 장엄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사랑의 노래였다. 장쉐량은 정통적인 동뻬이화(東北話)로 친구들에게 가끔 “이 사람은 제 딸입니다!”라고 정이 듬뿍 담긴 사랑의 표하기도 했다.
짜오쓰 여사는 <신생명>이라는 책에서 ‘세기의 사랑’을 언급하면서 “왜 저를 버렸는지 아세요?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 저를 버릴 수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를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자신의 생명을 버리게 됩니다”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평생 동안 후회 없는 인생길이었다고 말했다. 장쉐량은 “내가 죽지 않은 것은 장부인(숭메이링)이 보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장선생(장제스)는 나를 총살하려고 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장쉐량은 1993년 전기식의 기록 다큐멘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합니다. 당신이 그를(장제스)를 난징으로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저는 군인입니다.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책임져야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1990년 장쉐량은 긴 유폐의 생활을 마치고 공개되었다. 마지막에는 하와이에 정착하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에는 시간에 맞추어 교회에서 예배를 보았다. 장쉐량이 어디에 있더라도 짜오쓰 여사가 그의 옆에 있었다.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오랜 기간 담배를 피워 폐암이 있었다. 큰 수술을 해 폐의 절반을 잘라내었다. 그 뒤 호흡이 곤란했고, 말년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호흡이 곤란해진 그녀는 하와이의 병원에 입원했다. 2000년 6월 22일 아침 짜오쓰 여사는 깨어났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눈으로만 친구들과 남편을 쳐다볼 뿐이었다. 장쉐량은 휠체어에 앉아서 부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오전 11시 11분 심장 박동기를 제거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목사가 기도했다. 장쉐량은 그녀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향년 88세였다. 다음해인 2001년 10월 하와이 시간으로 14일 저녁 8시 50분, 장쉐량은 아들, 딸과 3명의 손자들 앞에서 조용하게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 향년 10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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