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곧대교 건설 놓고 ‘民-民 갈등’
배곧대교 건설 놓고 ‘民-民 갈등’
  • 전종학
  • 승인 2021.07.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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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주민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 관통 도로계획 "반대"
섬 처럼 고립된 도시 '혈관 도로' 역할 "찬성"


배곧 주민
인근 아파트단지 차량 소음-공해 우려 "반대"
송도와 연계성 개선 경제-문화적 대안 "찬성"

인천시 부서간에도 찬-반 엇갈려

시흥시 배곧동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1.89㎞ 길이의 왕복 4차로 규모의 교량 건설 사업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시흥 배곧신도시 주민들을 민-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배곧대교 건설 사업은 지난 2014년 10월에 주무관청인 시흥시에 사업이 제안돼 2016년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적격성 검토를 받고, 20년 2월 원청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시흥시 간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분열의 시작은 배곧대교가 람사르습지, 국제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에 등재된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을 관통하는 도로계획에서 비롯됐다.

시흥시가 배곧대교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인천시와 협의에 나서자 송도신도시 주민을 중심으로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책위는 “람사르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갯벌, 개발 일변도였던 인천시가 그나마 남겨놓고 최초로 지정했던 습지보호지역이 치명적 훼손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반면 배곧대교 건설에 찬성하는 다수의 송도 주민들은 “배곧대교는 송도국제도시의 혈관이 되는 도로로 아암대로 한 개로 교통을 유지하겠다면 송도는 결코 사람살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사람살기 어려운 도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박남춘 시장은 취임 후인 지난 2019년 3월, “갯벌 보호에 앞장서야 할 시가 이에 반하는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하면 과연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지, 시민들은 납득할 수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래서 배곧대교 민자사업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송도신도시에 입주한 다수 주민은 “송도국제도시가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며 배곧대교 건설 찬성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어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흥 배곧신도시 주민들의 배곧대교 건설에 대한 의견 대립도 지속되고 있다.

배곧대교의 출발점인 H 아파트단지 다수 주민은 “대교가 건설되면 밤낮없이 24시간 소음과 진동, 매연 등으로 인해 주거환경이 크게 저하되며 바닷가 전망을 둔 환경이 좋아서 배곧으로 입주했는데, 난데없는 다리 건설은 정서적인 주민의 삶을 해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배곧대교와 2㎞가량 떨어진 S, H 아파트 입주민들은 “송도국제도시와의 연계성이 좋아져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배곧신도시의 경제적, 문화적 대안으로 배곧대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뿐만아니라 배곧대교 건설은 인천시 내에 부서 간에도 엇갈린 의견으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송도습지 환경문제 주무부서인 인천시 환경기후정책과는 “환경부와 시흥시가 제출한 초안에 제시된 노선 3개 안을 검토한 결과, 습지보호지역인 송도갯벌을 지나는 배곧대교 노선계획이 입지상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천시 도로과는 “배곧대교 건설 중 습지 일부 훼손 가능성이 있지만, 완공 후 습지 기능 상실이 없다”며 “시는 배곧대교 건설사업을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에 포함해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희철 인천시 의원은 “배곧대교 건설 계획으로 주민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양 도시 집행부가 주민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전종학 기자 jjh@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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