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청소년 안전’…파주시가 나섰다
‘방치된 청소년 안전’…파주시가 나섰다
  • 최재순
  • 승인 2021.03.29 11:50
  • icon 조회수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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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같고 친한 친구같은‘청소년안전망팀’운영
성매매 피해 등 고위기 청소년 50여명 발굴 관리
거주지 필요하면 쉼터 연계 … 검정고시 등 지원
지난해 4월 파주경찰서에서 A양을 처음 만났어요. 경찰과 어른들 사이로 앳된 여자 아이가 불안한 듯 서 있었죠. 사례관리사인 저는 따로 아이를 불러서 종용히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동안 학교는 다니지 않았고, 혼자 고시원에서 살았대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코로나19로 그만두면서 갈 곳이 없어서 경찰서까지 오게 됐대요. 우선 아이가 잘 곳이 필요하니 쉼터로 연계해줬어요. 그 아이가 지금은 기숙사가 있는 인력개발원에서 스카트네트워크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이 다음에 대학도 가고, 작은 회사에 취업해서 정직원이 되고 싶대요.
위 사례의 A양은 단 한번도 대학 진학을 꿈 꿔 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는데,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두게 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당장 먹을 것도, 잘 곳도 없었는데 다행히도 파주시 청소년안전망팀(이하 안전망팀)에게 연락한 파주경찰서의 관심으로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됐다.
안전망팀은 A양처럼 위기상황에 처한 청소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거주지가 필요하면 쉼터 등을 연계하여 공부도 할 수있게 검정고시 등을 지원하고, 취업을 위한 진로체험이나 인턴쉽 과정을 연계하고, 가정 내 불화 등 문제가 있으면 상담도 진행한다. 쉽게 말해 위기를 겪는, 혹은 겪을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할 기관을 연결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A양에게 안전망팀은 부모같고, 친한 친구같다. 그때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혼자 버티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는 A양은 “진짜 매일 감사드린다”며 “요즘 당당하고 늠름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부모도 언니도 있지만 기본적인 돌봄조차 받지 못한 A양,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 1년 새 자살, 성매매 피해 등 고위기 청소년 50여명 발굴
안전망팀이 A양을 포함해 위기청소년으로 판단해 관리하고 있는 아이들은 현재 50여명에 달한다. 파주시가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청소년안전망팀’을 꾸린 지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발굴한 수치다. 문제는 이들 중 80% 정도가 ‘고위기’라고 불릴 정도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 이들은 자살이나 성매매 피해자, 정신질환 등 어른들도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놓여 있다는 게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다.
안전망팀이 진단하는 ‘위기청소년’은 만 9세 이상부터 만 24세 미만 청소년 중에서 가출이나 학업중단·성매매·약물 오남용 등 비행 및 범죄, 우울·불안 등 심리적 장애, 가족적·교육적·사회적 위기에 처해있거나 그러한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을 의미한다.
파주시는 이런 위기청소년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관계부처와 민간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안전망팀’ 선도사업 취지에 공감했다. 이에 동참하고자 공모에 신청했고, 사업에 선정된 후 전담공무원 3명과 사례관리사 3명을 배치한 전담팀을 꾸렸다. 특히 사례관리사는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관련 경력 2년 이상의 청소년전문가로 구성했다.
이들은 팀이 꾸려진 지난해 4월부터 직접 파주 시내뿐만 아니라 일산, 의정부 등 인근지역을 발로 뛰며 3개월여간 안전망팀의 존재를 알려왔다. 위기청소년 보호의 시작은 발굴과 모두의 관심에서 비롯된다.
□ 주변의 관심으로 위기에서 구해…골든타임 지켜
안전망팀은 기존의 다양한 기관들을 연계하고 청소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 사후 관리를 한다. 때문에 함께하는 기관들도 많다. 교육청, 지방경찰청, 지방노동청 등 지방 관계기관부터 보건소, 각급 학교, 청소년 위기예방센터, 청소년관련시설, 학교밖 청소년 지원센터, 고용복지센터, 경찰서 등이 대표적이다.
제공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의식주 등 기초 생계비와 숙식제공 등 생활지원부터, ▲건강검진 및 치료 등 건강지원,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교육서비스, ▲지식·기술·기능 등 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자립지원, ▲폭력·학대 피해 청소년을 위한 법률 상담 및 소송비용과 같은 법률 지원, ▲심리·사회적 측면의 상담에 필요한 비용 및 서비스와 같은 상담 지원, ▲수련활동·문화활동·교류활동과 같은 청소년 활동지원, ▲그 외에 청소년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외모 및 흉터의 교정이나 교복 지원 및 수학여행비 지원까지도 가능하다.
이미 안전망팀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여성인권센터, 경찰서, 교육지원청, 보호관찰소 등 다양한 기관과 업무 협조를 맺고, 지역 내 부처와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짧은 시간에 청소년 위기관리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위기 상태로 그치고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골든타임과 그것을 지키려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아이들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또 파주 내에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에는 피해 청소년이 머물 수가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안전망팀이 나서서 골든타임 전에 아이를 타 시·군·구 쉼터로 연계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범죄 발생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 파주, 8만여 청소년의 꿈 지원합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파주에 사는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프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며, 취임 후 청소년문제를 담당하는 체육과를 둘로 나눠 보육청소년과를 신설할 정도로 청소년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최종환 시장은 곧 파주의 청소년 8만여명이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최시장은“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청소년기를 겪는 것 아니냐”면서“그 시절에 누군가가 잘 인도해 준다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그만큼 사회에 기여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이러한 선순환 과정을 만드는 것은 가정과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다. 지자체도 함께 나서야 한다”면서“보육청소년과를 신설해 보육과 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것도 그 일환이고, 청소년 위기문제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고자 시범적이고 선도적으로 안전망팀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시장은“청소년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진로와 직업을 제시해주는 도시, 그러한 지원 시스템과 교육 훈련을 하는 기관과 시설을 연결하는 파주로 만들고 싶다”면서“지역사회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들어 청소년에게 친화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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