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도 싫다, 남은 인생 병상의 아내 위해 살겠다
벼슬도 싫다, 남은 인생 병상의 아내 위해 살겠다
  • 현대일보
  • 승인 2021.01.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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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중 오
고양주재·국장대우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 일본에서는 몸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기 위해 과감히 명예와 부를 떨쳐버리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남편들이 적지 않았다.

시장은 바꿀 수 있어도 남편은 바꿀 수 없지요,

수년 전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오사카부 다카쓰기 시의 시장직을 과감하게 던지며 이 같은 명언을 남겨 일본 열도의 뭇 여성들을 감동시켰던 에무라 도시오씨, 그 당시 에무라 씨가 부인의 병간호를 위해 사임한다고 했을 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부인의 병간호쯤이야”하고 사임을 만류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외쳤다.

시장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 하지만 내 아내에게 있어 남편은 나아니면 안 돼.

직선제로 선출된 시장직을 스스로 내놓은 그는 일본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무릎수술부터 파키슨병까지 않아 훨체어 생활을 하고 있던 부인 도미코 여사, 그녀는 혼자서는 먹을 수도, 걸을 수도, 화장실도 갈수 없었다.

그래서 에무라씨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부인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훨체어에 태워 세면대에 가서 세수시키고, 이를 닦아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가 드러누운 아내를 위해 시장직을 그만둬야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내가 집중치료를 받을 때 담담했던 의사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의식이 없는 사람 중에 부모나 자식의 목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다가도 남편이 말을 걸면 반응한다는 소리를 듣고, 혹시 내 아내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 뒷바라지만을 해온 아내를 위해 살기로 결심한 결과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과 휠체어가 아니면 거동도 하지 못하던 아내가 어느 날 혼자서도 훨체어를 작동하며 다닐 줄 알게 됐고, 더 큰 변화는 식물인간에 가까웠던 아내가 웃고 말하는 등 조금이나마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덕분에 그는 일본 열도에서 아주 유명한 노인문제 전문가가 됐고, 장수국가인 일본열도 각지에서 강연요청이 쇄도, 새로운 유명 인이 됐다.

그런가 하면 다니던 은행을 그만 두고 역시 아내를 위해 가정으로 돌아온 은행 회장도 있다. 오랜 은행생활은 정말 후회 없는 인생이었다며 이제 남은 인생은 그동안 가정을 지켜 줬던 아내를 위해 간호하면 후회 없이 살고 싶다고 결심했다.

그는 아사히, 상와 은행을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중추역할을 했던 도카이 은행의 회장인 니시가키 사토루 씨, 역시 그의 아내도 에무라 전 시장의 부인처럼 악성 임파선 암으로 대수술을 받고, 병석에 누워 있었다.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대수술로 인해 극도로 떨어진 식욕을 북돋아 주는 것, 병세가 호전되면 온천여행을 가자고 권유하는 등 평소 부인이 좋아했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생에 대한 의욕을 갖도록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년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에 이어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이토 시게루 사민당 부위원장, 그의 부인도 뇌출혈로 쓰러져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다.

젊은이들을 키우고 조언하는 것은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내 아내의 병간호는 누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직 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지난 67년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가정생활은 아내에게 일임한 채 오직 바깥생활에만 전념해 왔다.

하지만 당시에 아내가 식물인간 상태 로 누워 있어 아내에게 화장품을 발라주고, 손톱을 깎아주거나 손발을 주물러 주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모두 말해줬다고 한다.

이처럼 외국의 경우 남은 인생을 아내를 위해 살겠다며 벼슬도 싫다고 떠나는데 우리나라는 선거 때만 되면 유별나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권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자기들이 주장할 때는 문제가 없고 남이 할 때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던 그 얼굴에 그 인물들이다. 국민들은 자기 말도 배신해 버리는 정치인, 갈등만 조작했던 인물은 싫어한다.

힘 이 없다고 짓밟히거나 부당하게 억울한 희생을 당하는 일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실현에 앞장설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지지도가 떨어져 기회가 왔다는 듯 모두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이 잘못해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지 자기들의 당이 잘해서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하면 또 다시 뼈아픈 실수를 범하게 된다.

상대 정당의 독주를 막고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완전히 발거 벗이야 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욕심을 버릴 때 살 수 있다. ‘사 즉 생’을 국민에게 보여줄 때 보상이 주어는 지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다만 내려놓고 비워 둘 때 돌아오고 채워준다는 원리를 받아드려야 서울시장 이건, 부산시장이건 또는 대통령으로 가던 지름길임을 자각하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찾아오고 어떻게 하면 나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 올수 있고 그동안 왜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갔는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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