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하루, 바람 따라 탐욕도 사라져
산사에서 하루, 바람 따라 탐욕도 사라져
  • 현대일보
  • 승인 2020.12.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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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중 오
고양주재·국장대우

 

고양시 지축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흥국사는 1300년 전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서울과 인접해 있어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엔 추사 김정희가 염불수행의 단계를 아홉 장면으로 그렸다는 극락구품도가 있다.

지하철 구파발역에서 차로 10분 거리로 북한산이 바라다 보이는 경치가 좋다.

일반인 수련회가 열리며 중·고생 수련캠프도 개최된다.

필자는 한 때 법무부 보호관찰위원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법무부직원, 보호관찰 대상자들과 흥국사로 향하는 아늑한 숲길을 걸어 오르면 세속과 사찰과의 경계라 일컫는 일주문에 다다른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경내 가득한 향내 음, 은은한 풍경소리, 엄숙한 분위기가 몸을 감싼다. 산사체험이라는 낯선 경험을 앞둔 터라 참가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담당자의 지시에 말없이 따르기만 한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 모두 소중한 인연이십니다.

오늘 이 만남을 소홀히 여기지 않으면 맑고 향기롭게 이어나갈 수 있으니, 깊은 인연이라 생각하시고 끝까지 좋은 마음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법사스님의 인사말이 이어지고 사찰안내를 받는다.

대웅전 역할을 하는 약사전에 들어가 삼배의 예를 올린 뒤, 아직도 서로 간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지 못한 채 산채비빔밥으로 저녁공양을 마친다.

어느새 내려앉은 어둠을 벗 삼아 예쁜 연등을 만들고 참가자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멀리 지방에서 아니면 서울 및 인근 등 근교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달래고자 온 사람, 군인, 직장인, 학생, 가족 등 저마다 참여 동기도 다양했다.

오후 8시 30분, 정성껏 완성된 연등을 들고 탑 주위를 돌며 각자의 염원을 담아 한발 한발 내딛는 탑돌이를 마친 후 ‘참 나를 찾는 법’이라는 특강을 듣는다.

삼배의 예를 갖추고 저린 다리를 고쳐 앉아가며 졸린 눈을 비벼대던 1시간은 그야말로 고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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