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서 지난달 날린 대북전단 발견
의정부서 지난달 날린 대북전단 발견
  • 이천우 기자
  • 승인 2020.06.18 18:45
  • icon 조회수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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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지식 없이 주먹구구식 대처 불안
세종서울 등은 간호사기간제 고용

 "코로나19로 인한 발열인 건지, 단순 감기인 건지,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있는 보건교사가 한명도 없어서 매일매일 불안한 마음이에요."

경기도 A 단설유치원 원장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등교 개학 이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수도권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연일 나오는데,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와 달리 유치원에는 학생 건강과 보건을 책임질 전문 인력이 한명도 없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의심 증상을 보인 학생이 나오면 초등학교에선 의료지식이 있는 보건 교사가 판단해 상황을 더 지켜볼지, 집으로 보낼지, 진료소로 보낼지 결정하지만, 저희는 학부모에게 앵무새처럼 도교육청 매뉴얼을 그대로 읽어줄 수밖에 없어요."

전문적인 판단 없이 일시적인 미열이나 가벼운 감기 증상인 아이들까지도 무조건 하원 시키는 바람에 학부모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이 원장은 "감염병에 취약한 연령대이다 보니 수족구병이나 독감 등이 한번 유행하면 전문적 관리나 대응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게 된다"며 "경기도에 대형 단설유치원이 몰려있는데 보건인력이 없다는 게 참담하다"고 말했다.

◇ 유치원은 보건교사 배치할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그동안 보건교사가 한명도 없는 학교를 없애는 데 주력해왔다.

공사립 할 것 없이 학교당 보건교사 한명씩 배치하도록 했고,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될 때까지 공백이 있는 학교엔 순회 보건교사를 둬 배치율을 올렸다.

이 같은 노력 덕에 2015년 286개교였던 보건교사 미배치교는 2018년 이후 단 한 곳도 없다.

초등학교의 경우 50개 학급 이상인 곳은 보건교사를 2명씩 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유치원은 빠져 있었다.

학교보건법 제15조는 모든 학교에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학교에는 유치원도 포함된다.

그러나 유아교육법상에는 유치원에 배치하는 교직원으로 '원장, 원감, 수석교사 및 교사'로 한정하고, '그 외 인력'으로는 촉탁의사, 영양사,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행정직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외 인력은 채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인력이다.

 두 법령이 상충하다 보니 유치원 보건교사 배치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이다.

경기도 A 유치원은 원생만 320명으로, 도내 웬만한 초등학교보다도 규모가 큰데도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할 전문 교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도내 1천318개 초등학교(분교 21개 포함) 중 학생 수 300명 미만으로 A 유치원보다 규모가 작은 학교는 366개교(28%)나 된다.

단지 유치원이라는 이유로 보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 "감염병 취약한 유아 보호해야"…간호사나 기간제 채용하는 지역도

일부 시도교육청은 상충하는 법률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보건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단설유치원이 39개 있는 세종시교육청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유치원 1곳당 간호사 1명을 모두 배치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간호사를 채용한 것"이라며 "유치원도 보건인력이 있어야 하는 교육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교육청은 12개 단설유치원에 기간제 보건교사를 배치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보건교사 배치는 모든 공립학교에 있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에 보건인력을 두지 못했던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19가 불거지자 한시적으로나마 의료인력을 공사립 유치원에 지원하기로 했다. 공사립유치원 779곳 중 공립 100곳을 거점유치원으로 선정해 거점유치원 당 순회근무 간호사 1명을 배치한 것이다.

두 달 간 약 5억2천만원 예산을 들인 데에는 유아들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아들은 건강 취약 계층인데도 유치원에는 감염병에 대한 전문 의학 지식을 제공하고 모니터링할 인력이 없어 긴급하게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 단설유치원 가장 많은 경기도 "예산 없어 어쩔수 없다"

경기도 내 단설유치원은 올해 기준 115곳이다. 이 중 원아수 200명 이상인 곳은 35곳이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사립유치원까지 합하면 총 1천205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도교육청 계획에 따르면 2023년 단설유치원은 18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의 유치원 보건인력 배치 계획은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도교육청 유아교육과는 올해 12학급 이상인 단설유치원 39개원부터라도 보건교사를 채용해달라고 예산 담당 부서에 요청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올 하반기 6개월간 39개 유치원에 기간제 보건교사를 한명씩만 채용해도 약 10억여원이 소요된다. 이를 단계적으로 늘려 2023년 모든 단설유치원에 보건교사를 배치하면 70억∼80억원이 필요하다.

도교육청은 유치원 보건인력 문제를 각 시도교육청이 자구책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나서 유치원에 배치할 정규보건교사 정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기간제 보건교사나, 간호사 채용에 들어가는 돈은 100%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며 "유아교육법이 개정돼 당국이 유치원 보건교사 정원을 늘려준다면 시도교육청의 인건비 부담도 줄고 무엇보다 유아들의 건강관리 체계도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천우 기자 leecw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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