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회發 감염 확산… 썰렁해진 등굣길
수도권 교회發 감염 확산… 썰렁해진 등굣길
  • 오용화 기자
  • 승인 2020.06.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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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영통초 등교인원 1/3→1/4 로 줄여

수도권 교회 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3차 등교일을 맞은 3일 오전 8시 30분. 수원시 영통구 영통초등학교 정문 앞은 한창 등교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띄엄띄엄 엄마 손을 잡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을 뿐, 초 1∼2학년 첫 등교일이었던 지난달 27일의 들뜬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최근 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수원동부교회로부터 5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영통초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등교인원을 교육 당국의 지침인 1/3보다도 더 강화해 1/4로 줄였다.

여기에다 개별적으로 학교장 출석인정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학급당 5∼6명 정도 돼 실제 등교 인원은 훨씬 줄어들었다.

학교측은 전교생 540여명 중 1∼4학년 짝수반 중 학급번호가 홀수번호인 학생과 긴급돌봄 학생 120여명만 등교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3차 등교를 바라보는 학교와 학부모들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정문 앞에서 4학년 자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김지선(35)씨는 "아이 반 친구 중에 오늘 나오지 않는 학생이 많다"며 "아이가 원해 학교에 보내기는 하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한학기를 통으로 온라인학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불안한 학부모들은 오늘부터 체험학습을 활용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 같고 저 같은 경우는 한여름에 마스크 쓰고 학교 가는 게 힘들 것 같아 체험학습 신청을 아껴두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강남(44)씨도 "무증상 확진도 많아 누가 확진된 건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 이 점이 가장 걱정된다"며 "아이에게 교실에서 마스크 벗지 말고 손 소독제도 수시로 바르라고 당부하고 보냈다"고 말했다.

영통초 조홍규 교장은 "학교 내 학생 밀집도를 최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등교 인원을 줄였고 현재 한 층당 한 개 학년만 사용하도록 했다"며 "반에 따라 출석한 학생이 10명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수원의 산남초 등굣길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이 학교 역시 인근 유치원에서 수원동부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컸다.

산남초 학부모회장인 이윤정(37)씨는 "학부모들이 '개학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은 없느냐'고 묻는 등 걱정 가득한 연락을 많이 한다"며 "확진자의 구체적 동선을 몰라 불안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정현(35)씨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 같아선 보내기 싫지만, 맞벌이라 어쩔 수 없이 보냈다"며 "아들에게 친구들과 말 섞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한편 3차 등교일인 이날 도내 고1, 중2, 초 3∼4학년이 등굣길에 올랐다.

수원/오용화 기자 oyh@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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