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개발 새시대를 연다 <상>
서해안 개발 새시대를 연다 <상>
  • 이천우
  • 승인 2009.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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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통하려면 서해안을 거쳐라”

대한민국이 미래 동북아지역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길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블루오션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광동권 ·상해권·북경권의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여 동북아 경제권의 주도권을 잡은 후 세계경제의 블랙홀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300억 평인 남한에 비해 북경권은 665억 평, 상해권은 635억 평, 광동권은 545억 평으로 각 경제권의 면적 규모만 해도 남한의 두 배에 달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 대륙과 마주 보고 있는 서해안 일대를‘대중국 국가전략 복합특구’로 조성해 신(新)성장 동력의 거점으로 육성시키는 것이다. 특히 경기 서해안은 1500년 전부터 대중국 교역의 핵심 거점지였다. 뱃길 및 항구의 요지인 경기 서해안은 또 넓고 저렴한 간척농지와 매립지 등 풍부한 가용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서해안 발전 전략(Gold Coast 프로젝트)을 추진함으로써 동북아 국제관광의 중심지, 미래성장 동력 산업 배치에 의한 경제 성장 도모, 녹색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미래 창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일보사는 서해안 발전 전략 중 평택 포승·화성 향남 황해경제자유구역 추진, 평택항 항만배후단지 조성사업, 전곡해양산업단지,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USKR),시화멀티테크노밸리(시화MTV) 등 대한민국의 국부를 창출할 핵심 사업을 심층취재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註>

“중국과 통하려면 서해안으로 오십시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외국인 투자자를 만날 때마다 쓰는 말이다.
외국인 투자유치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곳은 서해안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실제로 김지사는 경기만 일대를 황해골드코스트(Gold Coast)로 개발할 필요성을 대통령께 두 차례나 서면으로 개진했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블랙홀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고, 관광 ․ 의료·첨단농업·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의 거점으로 서해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해안시대의 주 무대는 단연 평택항이다. 20여 년 전 꽃게잡이 어선이 드나들던 조그마한 포구가 어느새 동북아 경제권의 허브항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택항의 물동량 증가율은 국내 어느 항만보다 눈부시다.
지난 2001년 2만2563TEU였던 물동량은 2002년 6만6270TEU 등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하다가 지난해는 35만6000TEU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물동량 증가율이11.6%로 전국 평균 1.98%의 5배가 넘는다.
평택항은 애초 인천항의 항만시설 부족에 따른 보조항으로 출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후 집값이 뛰자 정부는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에 200만호 주택 건설을 서둘렀다. 시멘트 등 건설자재가 폭발적으로 수입됐으나 인천항에서 딱 걸렸다. 하역하는데 한 달이 걸리는 체선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인천부근은 더 이상 개발할 데가 없었다. 인천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9~10m로 갑문시설이 필요했다. 또 인천항의 물동량 증가는 경인고속도로의 정체로 이어지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았다. 결국 대체항으로 찾은 곳이 평택인데, 그 무렵 평택항은 LNG선이 가끔씩 입항하는 조용한 항구였다.
평택항에 컨테이너선이 처음 들어온 것은 2000년 말이다. 2001년에는 중국 산둥성 룽청(榮成)시에 카페리호가 첫 취항했다. 룽청은 산둥성 동쪽 끝에 위치한 항구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신라시대 장보고가 중국 내 활동거점으로 삼았던 법화원을 세운 곳으로 오랫동안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한중수교 후 항구로 발전한 곳이다. 현재 평택항에서 주3항차를 하고 있다.
평택항도 서해안이므로 인천항처럼 조수 간만의 차가 있다. 만조 때와 간조 때 6~8m의 차가 있다. 그럼에도 인천항에 있는 갑문(閘門, lock)이 없다. 갑문은 물의 높낮이가 다른두 곳 사이로 배가 다니도록 만든 장치로 영국 런던, 독일 함부르크 등 오래된 유럽의 항구에 많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건설기술과 하역장비의 발달로 최근의 항구는 더 이상 갑문이 필요 없어졌다. 인천도 신항에는 갑문이 없다.
서해항에서 처음으로 미주 유럽 항로 개설
평균수심이14m에 달해 5만t급 이상의 대형 선박 기항이 가능하고 수심 편차가 8m 미만으로 선박의 항행과 접안에 유리하다는 점도 평택항의 장점으로 꼽힌다. 부산과 달리 태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인천항을 제치고 지난해 1월 서해 항만 중 처음으로 미주 취항을 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지중해를 거쳐 유럽항로를 개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항구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기항하는 중추항(hub port)과 중소형 컨테이너 선박이 기항하는 피더항(feeder port)의 두 종류가 있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작은 항구를 다니면 타산이 맞지 않으므로 중추항은 반드시 피더항을 두게 된다. 평택항은 미주 및 유럽 노선 취항으로 그동안 소규모 대중국 피더항의 위치에서 환황해권 환적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평택항의 최대 수출품은 자동차다. 화성시의 기아자동차, 아산시의 현대자동차, 평택시의 쌍용자동차 등이 모두 이곳을 통해서 수출된다. 연간60여만 대를 수출하는데 규모로는 울산다음이다. 대신 자동차 수입에서는 단연1위다. 수입 자동차의 최대 소비처가 수도권이어서 수입상들이 평택항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 외 중고차 처리물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전용선(car carrier)을 이용한다. 소형차 기준 6000대를 싣는데 그 광경이 예술이다. 수출 자동차는 5대가 한조로 들어간다. 4대는10cm 간격으로 빽빽하게 실리고,  운전자들은 마지막에 따라온 차를 타고 다시 하역장으로 나온다. 배가 12층 높이여서 걸어 나오기는 무리다. 6000대를 싣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평택에서 나가는 수출 자동차는80%가 기아차다. 요즘 인기품목은 모닝, 쏘울, 스포티지 등이다.
자동차 수출항으로서의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지난 5월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환적항인 벨기에 지브루게항과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벨기에 필립 왕세자가 내한해 직접 조인한 것인데, 항만업계에서 외국항만과의 MOU 체결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통한다. 평택항의 발전 속도와 가능성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평택항은 현재자동차, 철재 등 전용부두를 제외하고 여객부두 2선석과 컨테이너 4선석, 잡화부두 7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잡화부두는 주로 고철과 건축자재를 처리한다. 올 하반기에 컨테이너 부두 3선석이 추가 개장되면 연간 100만TEU 이상 처리도 가능해진다.
현재 우리나라 1위 항구는 부산이다. 광양, 인천, 울산, 평택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평택은  항구의 구실을 한 것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데도 국내 28개 무역항 중에서 5위를 차지한 것이다. 인구와 생산량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과 중부권에 필요한 물자가 점차 평택항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물품은 압도적으로 많은 물량이 평택항으로 오고 있다. 중국산 김치, 열대과일, 와인, 의류, 심지어 베트남 산 이쑤시개까지 밀려와 요즘 평택항은 하루 24시간이 짧다.
포스코는 이곳 동 부두에 전용부두를 두고 있다. 포항에서 서울까지는5시간이 걸리지만, 평택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 밖에 안 걸리므로 웬만한 철재는 평택까지 배로 운반한다. 물류비를40% 줄인 것은 물론이고, 차량사고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내륙운송을 도로나 철도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닌 시대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1위 항구는 싱가포르다. 상하이(양산), 홍콩, 선전, 부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부산은 오랫동안 3위를 지켰으나 중국의 거센 도전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곧 칭다오(靑島)에 그 자리도 내줄지 모른다. 부산을 빼면 중국 자본이 항만을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도쿄, 오사카, 고베 등 일본의 항구는 10위권 밖으로 밀린지 오래됐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해 주요 공장들은 이미 해외로 많이 이전했고, 남은 공장제품도 반도체 등 가볍고 비싼 제품은 항공으로 실어 나르면서 해상수송의 비중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앞으로 우리가 중국형이 될지, 일본형이 될지 궁금한 사항이다. 
 수원/이천우 기자 leecw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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