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면 재난기본소득 못받아…기준 달라‘혼란’
이사가면 재난기본소득 못받아…기준 달라‘혼란’
  • 김준규 기자
  • 승인 2020.04.16 16:21
  • icon 조회수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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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제 방안·지자체간 정책 통일 방안 논의 중

지난달 31일 서울시 중랑구에서 하남시로 이사 갈 예정이던 이상호(가명·57)씨는 이사간 뒤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지 서울시에 문의했다가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국 50여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정책. 서울시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재난기본소득 지급 공지'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을 받으려면 공지일 이전부터 신청일까지 서울시에 거주해야 한다.

이씨가 지난달 말 지원서를 제출했더라도 소득 조회에 1주일가량 소요되는 데다 하남시로 이사해 전입 신고할 경우 소득 조회 절차가 도중에 중단될 수 있어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이씨는 이번엔 이사 갈 지역인 하남시에 문의했지만 마찬가지로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월 23일 이전에 경기도민이어야 한다'는 하남시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긴급생활비(서울시)', '재난연대 안전자금(성남시)' 등과 같이 명칭이 지역마다 다를 뿐 아니라 지원금을 지급하는 세부 기준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이씨처럼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전출 지역과 전입 지역의 다른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

가령 같은 경기도라도 수원시에서 용인시로 이사를 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수원시는 지난 2일 자정 기준으로 주민으로 등록돼 있어야 지원금을 지급하지만 용인시는 지난달 23일 밤 12시 이전부터 지급 신청일까지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지원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달 31일 수원시에서 용인시로 이사를 했다면 두 지역의 지급 기준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입신고를 당기거나 늦추는 꼼수를 써야 한다.

이씨가 서울시에서 지원금 약 33만원을 받으려면 하남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1주일가량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 주소를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확정일자를 늦게 받아 부동산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불리한 상황에 부닥칠 위험이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런 주민 불편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지역돌봄복지과 관계자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아무래도 지원 사업이 급하게 실시되다 보니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전입 전출 일자가 지자체마다 달라 불편을 겪는 민원이 일부 접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구제 방안과 (지자체간 정책) 통일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타지역에서 용인으로 오는 전입은 아직 제외되지만, 일단 경기 지역에서 전입해 오는 주민에게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협의 중"이라며 "곧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사업은 자치단체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정책) 통일을 권고하는 등 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책 보완을 통해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박상인 정책위원장은 "지자체 등에서 실시한 정책들이 전체 통일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예외 사례가 늘어나고 혼란이 가중돼 정책 도입 목적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보완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김준규 기자 kjk@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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