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서 수술후 식물인간된 노모… 의료진‘무혐의’
구리서 수술후 식물인간된 노모… 의료진‘무혐의’
  • 김기문 기자
  • 승인 2020.03.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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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무도 책임 안 지다니 억울”… 경찰청 “검사 지휘 사건 처리”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70대 여성이 식물인간이 됐는데, 경찰 수사 2년 만에 의료진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환자의 가족들은 수술 직후 마약성 진통제 중독과 경과 관찰 미비 등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2017년 9월 26일 구리시의 한 병원에서 감압 및 척추고정수술을 받은 박모(76·여)씨는 수술 다음 날부터 의식불명에 빠졌다.

2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박씨는 식물인간 상태로,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가족들은 2017년 10월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달라며 구리경찰서에 고소장을 냈고, 경찰은 2년여만인 2019년 11월 병원장과 의료진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박씨의 아들 김모(60)씨는 "어머니는 목을 가눌 수도 없고 배변도 불가능한 상태로, 3년째 누워 있어 뼈가 굽는 등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면서 "마약성 진통제 때문이라는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가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제공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를 보면 '수술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심정지 및 무산소증은 심폐소생술이나 이후의 처치 문제라기보다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중독과 그로 인한 호흡 저하를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감정서는 '(보호자에게) 수술 과정, 내용,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해서는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환자가 고령에 파킨슨 등 동반 질환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추가 위험도와 필요 조치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정 결과에 따라 김씨는 병원 측의 책임을 어느 정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경찰 수사 2년 만에 내려진 결론은 의료진의 '무혐의'였다.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김씨는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냈다. 이에 대한 경찰의 답변은 '처음에는 피의자(의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했으나, 검찰의 수사 지휘에 따라 '혐의없음'이 결정됐다'는 내용이었다.

구리경찰서의 상급기관인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이달 13일 김씨에게 보낸 민원 조사 답변서에서 '담당 수사관은 감정서 내용을 적극 반영해 피의자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의정부지검에 송치했으나, 감정서가 병원 측의 민사배상에 초점을 둬 구체적이지 않으므로 의사와 간호사를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하라는 담당 검사의 수사 지휘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구리/김기문 기자 ggm@hyunda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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