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유지 관리로 생명의 문을 지킵시다
비상구 유지 관리로 생명의 문을 지킵시다
  • 현대일보
  • 승인 2020.0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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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제 은
의정부소방서 화재조사분석과장

 

비상구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시기는 대략 1883년 잉글랜드 선덜랜드의 빅토리아 홀 스탬피드 사건에서 문이 계단통 아래에 조여 있던 볼트로 인해 18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사망했고,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건물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표준을 강제하는 법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무렵이 아닌가 생각한다. 

화재 비상구 및 출구 표지판은 원래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었고, 적절한 경우에만 방향에 대한 화살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럽사회에서는 유럽 국가 간 의사소통을 위한 공통적인 상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EEC 지침을 통해 탈출구 및 비상구에 적용되는 금지, 경고, 의무의 기호를 설계 기준에 맞게 제정했다. 

‘유로 사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이유가 이러한 탈출구 및 비상구 표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일본에서 1972년 센니치 백화점 화재 당시 비상구 표시를 식별하기 어려워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에 따라 일본 정부가 비상구 픽토그램을 공모, 그중 지금과 같은 픽토그램을 국제 표준화 기구에 제출하여 국제 표준이 지금의 비상구 표지가 됐다.

이처럼 오랫동안 많은 사건사고를 겪어 탄생한 오늘 날의 비상구는 공연장이나 백화점, 대형할인점, 영화관 등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하는 시설에 설치되어 이용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그 자리에 우뚝서있다.

하지만, 가끔 일부 대형할인점 및 백화점 등에서 비상구 통로 상에 창고 용도로 사용한다든지 물건을 적치 하는 등의 행위로 인하여 비상구로서의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절대로 하여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이러한 행위를 단속하고자 경기도에서는 비상구 유지관리를 위한 비상구 신고 포상제를 운영하는 등 유사시 비상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도록 유지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얼마 전 청주시 한 노래방에서 비상구 추락사고로 부상자 5명이 발생하는 등  비상구 관련 추락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자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서 비상구 추락방지 안전시설에 대한 현황 파악과 안전성 여부에 관하여 확인에 나서는 등 비상구 유지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비상구 문이 열리면 경보음이 발생하는 장치를 지난해 말까지 설치가 완료될 수 있도록 독려했으며 난간 및 손 레일, 비상구 자동 개폐 장치 등 추락 방지시설이 설치 안내와 비상구 추락사고 사례 전파, 유지·관리 교육 및 안전컨설팅을 병행 실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기관의 노력에도 사고는 발생한다.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협력이다. 소방서에서 단속이나 점검을 나갔을 때 일시적으로 단속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건물 관계자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말한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이제는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라는 생각을 버리고 모두가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이 의식으로 자리잡아 안전 사고 없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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