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민주주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 현대일보
  • 승인 2019.12.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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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연천군선관위
사회복무요원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학창시절 재미나게 읽었던 한국형 판타지 소설「퇴마록」마지막 장에 나오는 글귀였다. 대학생이 될 무렵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이 글귀의 원 출처는 내가 읽었던 판타지소설이 아니라, ‘영광송’이라는 천주교의 마침기도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글귀가 참 멋있다고만 생각을 했을 뿐 이 의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최근에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경험을 갖게 됐다. 

내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연천군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내 유권자들의 투표참여율을 제고하고 등을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꾸준히 전개한다. 나 역시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시장, 터미널, 기차역 등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는가 하면 학교선거지원 등에 참여하며 뿌듯함을 느껴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홍보활동은 지난 8월8일에 있었던 다문화 가정 연수였다.  연천군선거관리위원회와 연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함께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을 위한 선거에 관한 연수를 진행했는데 대한민국으로 이주하여 결혼생활한지 1~2년 정도 된 이주여성들 16명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민주시민교육 강사님의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선거와 관련된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모두가 즐겁게 1시간여의 시간을 함께 하며 마무리한 이 연수에서 나를 놀라게 한 점이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강사님이 강의를 마무리 하며 이주여성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을 때였다. 그분들의 공통적인 답변 중에 하나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 즉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 그분들에게는 가장 이루고 싶은 바람이었던 것이었다. 두 번째는 다문화 가정 연수가 끝나면 투표용지를 발급받고 기표하며 투표함에 투입해보는 과정을 경험하는 선거체험행사를 진행하는데, 몇몇의 이주여성분들이 투표용지를 받고도 기표소에 들어가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기표소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장선거, 회장선거, 성인이 되어서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을 경험하며 나에게는 너무도 당연했던, ‘투표용지에 기표한다’는 행위를 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문화 가정 연수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 또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특별한 권리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그리고 이날 만난 이주여성들이 빨리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투표소에서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민주주의라는 말과 함께 영광송, 마침기도문을 떠올려 본다. 왜 ‘처음’과 ‘이제’가 함께 있을까? ‘처음’은 나 혹은 우리들일 것이며 ‘이제’는 우리가 수용하고 포용하여 함께해야 할 사람들,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가꾸어 나갈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민주주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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